“낙뢰·잔디 변수 총력전”…김판곤, 클럽월드컵 체험→대표팀 환경 적응 조언
뜨거운 습기와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낯선 인조잔디에 아슬아슬하게 적응해야 했던 미국 무대. 김판곤 감독은 클럽월드컵 일정을 마친 뒤, 선수단과 함께 현실의 한계를 돌아봤다. 낙뢰로 인한 장기 대기, 선수단의 집중력 저하, 예기치 못한 환경의 변수가 이어진 대회였다.
울산 HD는 지난 26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끝으로 이번 클럽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회 초반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맞이한 첫 경기부터 낙뢰로 경기가 시작조차 미뤄졌고, 65분간의 대기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전술 집중력을 극도로 흔들었다.

김판곤 감독은 경기 후 “낙뢰 변수로 인해 경기 집중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며 체감의 깊이를 전했다. 경기 중단, 그리고 급작스러운 재개는 선수 개개인이 준비한 루틴마저 흐트러뜨렸다. 김영권 또한 “축구 인생에서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선수단 전체에 영향이 미쳤음을 강조했다.
울산은 3차전에서 도르트문트와 맞대결했다. 마멜로디 선다운스전에서는 전술 변화의 시점에 낙뢰 변수까지 겹치며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고, 1-0으로 패했다. 또 잔디의 질감과 날씨 등 미국 특유의 환경은 울산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김판곤 감독은 “잔디는 인조처럼 짧고 매우 미끄러웠다”며 환경 적응의 현실적 어려움을 꼽았다.
국내 K리그와 아시아 축구 전체에 관해서도 김판곤 감독은 냉철한 진단을 내놨다. “클럽 월드컵 경쟁에 적합한 전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시아 챔피언에게 요구되는 전략적 보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알힐랄의 경쟁력만이 세계 무대에서 통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과 일본 또한 실력 격차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대회 내내 울산은 뼈아픈 장면을 남겼다. 플루미넨시와의 경기에서는 전반 리드를 지키다 후반 3실점으로 역전패를 허용했다. 김판곤 감독은 이를 “버티는 힘과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아쉬움으로 꼽았다. 공격수 엄원상은 1골 1도움으로 활약했으나, 부상으로 마지막 경기에 나서지 못해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세 경기 연속 패배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판곤 감독은 “선수들은 도전 의식, 자신감 그리고 절제된 자기 반성을 얻었다”며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이번 경험이 울산뿐 아니라 대표팀, 나아가 K리그 구단들의 환경 및 변수 대응력 제고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다양한 변수가 잠재한 미국 무대의 경험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 준비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판곤 감독은 대표팀이 현지 날씨, 잔디, 기상 이변 등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비할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이제 울산HD는 K리그 복귀와 함께 새로운 시즌 재정비에 돌입한다. 대표팀은 김판곤 감독의 조언을 토대로 현지 환경 변수까지 면밀히 점검하며 성실한 월드컵 준비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