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마트시티 동맹”…KT·네이버, 한-베 협력 수혜 예고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이 본격 가시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첨단 IT 산업을 우선 협력 영역으로 명시하며,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교역 확대 및 미래지향적 기술 분야로의 동맹을 선언했다. 국내 IT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AI와 디지털 인프라, 스마트시티 등을 지목한 만큼, 중장기 수혜가 가능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열어, 첨단기술·디지털·에너지 등 분야의 협력 심화를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2023년 기준 867억 달러인 교역 규모를 2030년 15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 아래, AI·반도체·스마트시티·인프라 개발 등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장려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지속적이고 장기적, 투명한 투자환경 조성”을 약속해, 우리 기업 진출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ICT와 AI 기술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지 국영기업·대학과 일찌감치 협력 채널을 구축해온 KT, 네이버, LG CNS 등이 대표적 수혜 후보로 부상한다.
KT는 2024년 5월 베트남 최대 통신기업인 비엣텔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전환(AX) 컨설팅, AI·클라우드 인프라, 글로벌 개발센터 운영 등 6개 핵심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KT AI 교육 플랫폼 ‘에이스(AICE)’도 베트남 전역에 도입, 현지 AI 전문가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정부 차원의 한-베 ICT 협력 확대와 맞물려, 베트남 시장에서 KT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네이버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현지 IT 생태계 확장에 집중했다. 2015년 인터넷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 진출, 이후 현지 대학과의 산학협력, 호치민 네이버랩스 프로그래밍센터 설립으로 베트남 개발자 100명 이상을 직접 채용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24년 5월 태국어 기반 대형언어모델(LLM) 개발로 소버린 AI 시장에 진입했고, 베트남의 AI 국책 전략과 맞춘 신사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디지털 트윈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진출 기회도 주목된다.
LG CNS는 FPT그룹, FPT텔레콤과 손잡아 현지 디지털 전환(DX) 사업에 나서고 있다. 2023년 FPT텔레콤의 CRM 시스템과 네트워크 통합 고도화, 2024년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은행 차세대 카드 시스템 수주 등을 발판 삼아, 베트남과 동남아 스마트시티·DX·금융 IT 영역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처럼 한국 ICT 기업은 베트남의 정부 주도 AI·스마트시티 투자, 디지털 인프라 확충 정책 등에 발맞춰 각 사업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 역시 앞다퉈 동남아 ICT 시장을 타깃으로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구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베트남 정부의 개방적이고 투명한 투자환경 구축, 현지 정책의 일관성 등이 실질적인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AI·스마트시티를 국가 우선전략으로 못박은 만큼, 한국 기업이 선제 투자·인력양성 등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나간다면, 미래 실질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한-베 ICT 동맹이 실제 프로젝트로 신속히 연계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