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액 현금투자 요구 후퇴”…김정관, 한미 관세협상 막바지 공감대 확인
한국과 미국 간 대규모 투자협상이 마침내 후반부를 맞고 있다. 주된 쟁점이었던 전액 현금투자 요구를 두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과 일정한 공감대에 도달했다고 밝히면서, 한미 관세 협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정관 장관은 10월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미국이 전액 현금투자를 고수하고 있지는 않다”며 “미국 측에서 우리 의견을 이만큼 받아들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협상의 마지막 움직임에 있다”며 협상 성과를 내비쳤다.

이번 논의는 김정관 장관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난 직후 이뤄졌다. 한국 정부는 전체 투자 중 지분투자를 5% 내외로 최소화하고, 보증이나 대출 등 현금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 방식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일본과의 선례를 근거로 ‘투자 백지수표’ 방식, 즉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투자처를 지정하면 45일 내 현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외환시장 충격 우려 역시 핵심 이슈였다. 한국 정부는 3,5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성 위주 투자 요구에 난색을 표하며, 외환안정장치인 통화스와프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문했다. 김정관 장관은 “외환시장과 관련된 부분에서 미국과 가장 큰 차이가 있었지만, 양측이 일정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러 쟁점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합의 시기와 조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날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찾기 위한 마지막 조율’에 돌입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김 장관 역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 사안은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향후 일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 정상이 만나 협상 테이블을 열자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타이밍 자체보다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필요시 APEC 이전에도 추가 방미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방미 기간 중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인 MASGA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정부는 한미 대규모 투자합의가 우리 외환시장 안정성과 국내 산업 방어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한미 협상 최종안이 마련되면 국익과 자본시장 안정을 저울질하며 후속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