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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치료제 공급난 심화”…정책 확대에도 ‘약가 인하’ 논란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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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치료제 공급 문제가 저출생 국가의 인구정책 이행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출생률 회복을 위해 난임 지원정책을 확대하면서 진료 건수와 치료 인원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반대로 치료제는 약가 인하 정책의 영향으로 공급난이 심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와 의료 현장은 이중 구조적 한계가 초저출생 위기 타개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난임시술로 태어난 신생아 수는 2020년 1만7000명에서 2023년 2만6000명으로 4년 새 8892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 건수는 연간 28만9000건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난임부부 지원사업의 3차 확대 조치가 이어지며 진료실 이용 인원도 크게 늘었다. 복지당국의 정책 확대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도리어 난임치료제의 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도 공급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된 수입 난임치료제의 공급 중단 및 부족 사례는 총 9건에 이르렀고, 이 중 7건은 지원사업이 강화된 2023년에 집중됐다. 제약업계는 정책에 맞춰 해외 본사를 설득해 최대한 공급량을 확보했으나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새 변수로 작동했다. 이 제도는 전년 대비 약품 처방이 늘면 제약사와 가격을 재협상해 보험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해 공급 부족으로 보고된 ‘퍼고베리스 주사제’는 지속된 공급 확대 노력에도 불구, 건강보험 청구액이 늘어난 것을 이유로 올해 8만6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약가가 삭감됐다. 생산비·공급비용 상승과 수입원가 관리에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약가 인하는 추가 공급 안정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 따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원재료 수급 불안도 복합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최근 글로벌 조달 경쟁, 운송·공정비 상승 등 영향으로 단기 공급 조절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역시 난임치료제 등 필수의약품의 리스트를 관리하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 따라 우선 공급·가격 유연화 정책을 펴는 추세다.

 

이처럼 ‘많이 팔린 의약품’에 대해 약가 인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국가 인구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선민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약가 인하로 공급 불확실성이 더 심화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동일 구조로 운영되는 다른 의약품의 약가 연동제 관련 문제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초저출생 국가라는 특수한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필수 치료제의 생산·공급·가격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복지부와 식약처의 협업 체계 강화가 요구된다”며, “결국 기술과 제도, 산업구조의 조율이 인구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 및 공급 구조 변화가 실제 현장의 출생률 회복 지원에 기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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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치료제#보건복지부#약가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