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클록 효과”…KBO리그, 3시간 벽 허물다→투고타저 현상 강화
숨가쁘게 펼쳐지는 구장의 시간,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흐름이 있었다. 짧아진 시계 아래 투수와 타자는 낯선 긴장감에 익숙해졌고, 관중의 환호 속에 야구는 속도라는 새로운 언어를 입었다. KBO리그가 21세기 첫 ‘평균 3시간 미만’ 기록의 문턱에 도달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13일까지 전체 일정 335경기를 소화한 2025 KBO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분. 특히 정규이닝 경기에선 2시간 59분을 기록해, 1998년 이후 약 27년 만에 가장 짧은 수치를 보였다. 경기장의 흐름을 바꾼 주인공으로는 피치 클록과 연장 11회 제한 등 각종 스피드업 규정이 꼽힌다.

한국형 피치 클록이 본격 시행되면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땐 20초, 있을 땐 25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타자도 33초 안에 타석을 밟아야 하며,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도 10초 줄어들어 2분 10초로 재설정됐다. 지난해 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 이후 제기됐던 경기 지연이 다시 한 번 정돈된 셈이다.
연장전 역시 기존 12회에서 11회로 단축됐다. 감독들은 "불펜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며, 경기 시간 감축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런 규정 변화의 바람은 투수진의 호투, 투고타저 흐름과 맞물렸다. KBO리그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91에서 4.17로 눈에 띄게 낮아졌고, 팀 타율도 0.256까지 떨어졌다. 전력의 균형 변화와 함께 경기 템포가 자연스럽게 빨라진 결과였다.
특히 가장 빠른 경기 템포를 보인 kt wiz는 정규이닝에서 2시간 53분, 전체 기준 2시간 56분이라는 새로운 기준점을 세웠다. LG 트윈스도 3시간에 미치지 않는 경기 시간을 꾸준히 이어갔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리그 타율 1위에 힘입은 공격 야구로 가장 긴 경기 시간을 기록했다. 롯데의 정규이닝 평균은 3시간 7분, 전체 평균은 3시간 11분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많은 팀에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는 "야구가 다시 속도감 있게 살아난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남은 시즌 동안 추가 단축이 실현될 경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경기 시간 3시간 미만이라는 이정표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경기는 계속된다. 숨 가쁜 순위 다툼, 쌓여가는 이닝과 물러남 없는 투수전.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응원의 목소리는 야구 특유의 여운을 남긴다. KBO리그는 다가오는 주말 3연전을 앞두고, 또 한 번 새로운 장면을 써낼 채비를 한다. 이 장면들은 2025시즌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문득 삶이 다정해지는 순간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