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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해예측센터 출범…식약처, 선제 안전관리로 전환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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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예측 기술이 식품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부가 사고 이후 회수와 처분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사전에 위험 발생 가능성을 계산해 경보를 내리는 체계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위해요소 예측이 정책 의사결정에 직접 연계될 것으로 보여, 식품 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데이터 기반 식품 안전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부터 식품위해예측 업무를 전담할 식품위해예측센터를 지정해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식품 안전 관련 통계와 모니터링 데이터가 개별 사업 단위로 흩어져 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한곳에서 통합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셈이다. 해당 제도는 2024년 3월 1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가 구축을 예고한 식품위해예측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다. 식약처는 현장에서 수집하는 위해요소 모니터링 정보에 더해, 기온과 습도 같은 기상 정보, 유통 경로와 보관 조건 등 위해요소별 실시간 영향 인자를 연계해 위험도를 산출하는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통계 모델과 머신러닝 기반 예측 기법이 함께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특정 병원성 미생물이 어느 온도·습도 구간에서 급증하는지, 어떤 유통 형태에서 부적합 사례가 반복되는지 등을 수학적으로 학습시켜, 유사 조건이 형성되기 전에 경고를 보내는 구조다. 기존에 과거 사고 건수를 단순 참고하던 방식보다 위해 발생 가능성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측 모델이 고도화되면 식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전주기 관리가 가능해진다. 제조 단계에서는 원재료 수급 국가와 계절, 생산 공정의 위생 데이터를 종합해 공장별 위험도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유통 단계에서는 콜드체인 유지 상태와 물류 동선이 위험도 계산에 반영돼, 특정 지역이나 창고에 문제가 집중될 조짐이 보일 경우 선제 점검이 이뤄질 수 있다. 소비 단계에서는 온라인 신고 데이터와 소셜 미디어 기반 이상 징후 탐지가 결합될 경우, 특정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이상 반응이 급증하는 패턴을 조기에 포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체계는 그동안 국내 식품 안전관리의 한계로 지적된 사후 대응 중심 구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식중독 사고나 부적합 제품이 발생한 뒤에야 원인 분석과 기준 강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와 예측 모델이 정책에 직접 연동되면,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게 계산된 품목이나 공정에는 강화된 검사와 현장 점검을 먼저 적용하고, 위험도가 낮은 영역에는 자원을 조정하는 식으로 규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데이터 기반 식품 안전 예측 경쟁이 시작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특정 병원성 미생물의 계절별 유행 패턴과 유통 경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전 점검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클라우드 기반 식품 안전 관리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식품 안전 분야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술의 주요 응용 시장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국내 식품위해예측센터도 이런 글로벌 흐름과 보조를 맞춰 인공지능 기반 예측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데이터 품질과 제도 정비는 핵심 과제로 남는다. 예측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검사 결과, 유통 이력, 소비자 신고, 환경 정보 등 이질적인 데이터를 표준화해 통합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영업 비밀을 포함한 민감 정보가 섞인 만큼, 데이터 비식별화와 접근 권한 관리 체계도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관련 법령과 지침을 정비하지 않으면 AI 예측 결과를 근거로 한 행정 조치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와 투명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식약처는 식품위해예측 시스템에서 도출된 결과를 식품안전관리 정책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검사 인력과 예산을 우선 배분해 선제적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예측 정확도와 설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모델 검증 작업도 병행할 전망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예측 기반 식품 안전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 인프라와 AI 기술, 규제 체계의 정렬 속도가 식품 안전 패러다임 전환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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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식품위해예측센터#식품안전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