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을 지배한 완벽투”…후라도, kt 제압→시즌 두 번째 완봉 달성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 야광처럼 남은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순간, 삼성 라이온즈 더그아웃 앞에 선 박진만 감독은 깊이 모자를 벗고 후라도를 향해 예를 표했다. 역동의 밤을 장식한 후라도의 완봉 역투가 관중과 선수단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오롯이 9이닝을 책임진 투수의 존재감이 경기장을 지배했다.
2024 KBO리그 주중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kt wiz를 상대로 11-0 대승을 거뒀다. 핵심은 단연 후라도였다. 후라도는 9이닝 동안 단 하나의 실점도 내주지 않으며, kt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이었다. 지난 달 8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또 한 번 완성된 9이닝 무실점, 후라도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 완봉승을 품은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통계 역시 후라도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즌 20경기 출장 만에 9승 7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하며 다승 부문 공동 6위, 평균자책점 4위에 올랐다. 130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고, 16차례나 퀄리티스타트(QS)를 만들어 이닝이터의 면모를 뽐냈다. 무려 18번의 5이닝 이상 투구, 9차례는 7이닝 이상을 던지며 불펜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특히 탈삼진에 의존하지 않고 맞혀 잡는 피칭이 장기다. 탈삼진 96개로 리그 15위에 머물렀지만, 1,959구만에 이닝을 책임진 효율성이 눈에 띈다. NC 다이노스 로건 앨런(1,983구)보다 적은 투구 수로 리그 최상위 이닝을 책임졌다는 점에서 후라도의 투구 철학이 확고하다는 평가다.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성적도 빛난다. 대구에서 치른 12경기에서 76이닝 동안 5승 3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리그 대표 타자친화 구장임에도 완봉승과 완투패를 각각 한 번씩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에이스의 위용을 드러냈다.
삼성 라이온즈 불펜진이 최근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까. 후라도의 깊은 이닝 소화력과 완성도 높은 피칭은 박진만 감독에겐 더없이 반가운 자산이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이 공식적으로 후라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모습은, 한 명의 투수가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시즌 후반부 안방 경기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후라도의 묵직한 투혼이 마운드의 중심을 끝까지 지켜내고 있다. 수원 밤하늘을 수놓은 한 투수의 투혼이 야구팬 모두의 기억에 농도 깊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