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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문경의 고요함에 머무르다”…가을 초입 문경, 가족과 깊어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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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문경의 고요함에 머무르다”…가을 초입 문경, 가족과 깊어진 하루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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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에 일부러 문경을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예전엔 햇살 좋은 날씨만을 고집했지만, 이제는 부드러운 구름과 촉촉한 공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찾으려는 이가 많아졌다. 그런 만큼, 가을 문턱에서 만나는 문경의 하루는 다정하고 아늑했다.

 

문경오미자테마공원을 찾은 김미정(41) 씨는 오미자 향이 가득한 체험장에서 두 아들과 함께 오미자 음료를 만들었다. 그는 “흐린 하늘 아래 가족의 대화가 더 깊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실제 이곳은 1층 체험장, 2층 디지털 체험 공간과 유아 놀이 시설, 3층 전망대와 테마카페까지 이어져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의 호기심을 채우기 좋다. 어린 자녀와 방문한 이주혁(37) 씨도 “사진 한 장 남길 새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문경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문경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경북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9~10월 우중 여행 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가을비와 어울리는 저지방 액티비티, 실내 체험, 고즈넉한 산사 방문 등이 특히 호응을 얻는다. 문경시 전체 관광객 중 약 30%가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집계됐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감성 일상화 여행’이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박수연은 “이제는 자연 그 자체보다, 일상보다 조용히 머물며 나와 가족의 감정을 천천히 꺼내는 여행 방식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다 보니 문경처럼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곳의 선호도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반응을 살펴보면, 카트월드를 찾은 대학생 김준혁(23) 씨는 “빗방울이 내린 트랙을 달리는 경험이 오히려 더 신선했다”고 고백했다. SNS에서도 “흐를 듯 이어지는 산길 풍경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많지 않아 가족끼리 충분히 쉴 수 있다”는 댓글이 쉽게 눈에 띄었다.

 

문경의 시간은 김룡사에서 더욱 느림과 고요로 번진다. 신라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켜켜이 베여 있는 이 사찰에선, 빗소리와 함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걸음을 늦추는 이들이 많았다. “여기선 마치 나이 든 시간에게 안기는 것 같다”는 한 방문자의 말처럼, 사찰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공간이었다.

 

사소한 날씨와 취향의 변화에 따라 여행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휴식과 체험, 고즈넉함을 고루 품은 문경은, 바쁜 일상 사이 나와 가족을 더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휴식처가 돼준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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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경오미자테마공원#김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