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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 발전과 정책 안정성 강조”…조현·왕이 첫 통화, 협력 의지 확인
정치

“한중관계 발전과 정책 안정성 강조”…조현·왕이 첫 통화, 협력 의지 확인

정재원 기자
입력

정치적 신경전 속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맞붙었다. 한중 외교장관이 28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통화를 진행하며 양국 외교에서 민감한 관계 발전의 갈등과 기대가 교차했다. 양국 외교부는 이번 통화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조현 장관은 이날 왕이 주임과의 통화에서 “한국과 중국은 경제·무역 관계가 밀접하다”며 “양국 고위급 교류를 긴밀히 하고, 미래를 향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양국의 자유무역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경제 협력을 심화할 의향이 있다”면서 “역사를 바로 보고, 지역 평화·안정을 함께 수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왕이 주임은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협력 동반자”라며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하며 한중 관계가 좋은 출발을 이뤘고,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책 안정성 유지와 독립 자주 견지, 호혜 강화가 필요하다”며 “중국은 대(對)한국 정책에 연속성과 안정을 지키고 있으니, 한국 또한 대중국 정책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왕이 주임은 “중한 관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3국으로부터 제한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정책 안정성’과 ‘독립자주’라는 표현을 통해 미국 중심의 대중국 견제전략에 한국이 협조하지 않길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양국은 함께 디커플링에 반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통화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 노선을 택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난제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현 장관 역시 “중국과 소통·협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신정부의 초기 외교 기조는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 성과를 준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왕이 주임에게 방한 초청 의사를 밝혔고, 왕이 주임은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통화에서는 최근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한반도 정세, 중국의 서해상 구조물 설치 문제 등에는 공식 언급이 없었다. 다만 외교부는 “양측이 다자 영역 협조·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조현 장관은 취임 직후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먼저 통화한 데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중국 측과 접촉했고, 곧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대면 회동이 예정돼 있다. 최근 관례와 달리 한미 외교장관 상견례 통화는 미뤄질 가능성이 커 미국·중국·일본을 아우르는 조현 장관의 외교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장관은 앞으로 수시 교류와 필요한 협력을 예고했다”며 “당분간 아시아 외교무대에서 한중관계 기조 변화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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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왕이#한중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