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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토끼, 신상공개 사적 제재”…창원지법 실형 선고→온라인 정의와 법치 충돌의 경계는
사회

“전투토끼, 신상공개 사적 제재”…창원지법 실형 선고→온라인 정의와 법치 충돌의 경계는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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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유튜버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기대어 스스로 ‘정의 구현자’의 자리에 섰던 순간, 법정에서는 긴장의 공기가 흘렀다.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을 사적으로 공개한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 운영자 A씨가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회정의에 대한 갈증과 법질서의 엄정함은 어디에서 교차하며, 얼마나 큰 책임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선고였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김송 판사는 23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개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아내 B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내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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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초기, 사건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확산됐다. 특히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7월에 걸쳐 채널을 통해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공개하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사과 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남긴 사실이 검거로 이어졌다.

 

증거 확보 과정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B씨의 역할 또한 주목받았다. 충북의 한 군청 공무원 신분이었던 B씨는 지자체 행정망을 통해 수십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뒤 이를 A씨에게 제공했다. 사적 제재의 과정에서 공공 정보를 남용한 점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김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적 신상공개는 우리 법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앞으로도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엄정한 처벌의 불가피성,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의사, 사건의 구조적 미진상 등도 양형에 반영됐다. 검찰은 앞서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사적 정의 실현과 법적 절차, 두 축의 균형에 대해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미진한 진상 규명에 대한 갈증과 온라인 정의 실현의 유혹은 종종 법이 가진 공정함과 충돌한다. 앞으로 유사 사건 예방과 더불어, 피해자 보호와 사법 신뢰를 높일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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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토끼#창원지법#밀양성폭행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