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유가 급등”…미국·영국, 기준금리 동결 움직임 강화→글로벌 경기 어디로
미국과 영국의 각 중앙은행 회의가 다가오는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은 중동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대기를 머금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이 끝내 무력 충돌의 문턱을 넘어서며 국제 원유 시장은 흔들렸고, 시장의 파동은 소비자물가와 정책 결정자들의 심장에도 고동처럼 전해지고 있다.
상인과 정책 입안자, 세계 곳곳의 투자자들은 유가의 작은 파동에도 촉각을 세운다. 연준이 이끄는 미국과 BOE라는 이름 아래 영국이 또다시 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배경 역시 이 불확실성의 파도에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결단을 시험대에 올려뒀다고 입을 모은다. 실상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이전에 비해 누그러졌으나, 이슬람의 심장부에서 솟구치는 위기가 불러온 유가 급등이 근본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원유는 배럴당 80달러선을 상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격렬하게 요동쳤던 소비자물가의 기억을 연준은 마음 한구석에 지니고 있다. 때문에 연준과 BOE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 그리고 이전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무역전쟁 후유증, 이 모든 사안들을 또 한 겹 고민하느라 시린 겨울을 보내는 듯하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처럼,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견해는 여전히 팽팽히 갈린다. 다이안 스웬크 KPMG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 연준의 선제적 인하 결단은 어려울 것"이라고 냉정히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후 동결을 고수해온 연준은 4월 FOMC에서도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잉글랜드은행 또한 지난달 단행한 인하 이후, 이번 회의에서는 중동 위기에 발목이 잡힌 채 연 4.25% 금리 동결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국제 에너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등락은 중동 악재와 더불어 요동쳤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간 선박 수도 줄었으나 아직 거대한 차단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았다.
도이치방크의 짐 레이드는 "이란 원유 공급이 막히면 가격 상승이 급등해 배럴당 120달러마저 넘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큰 충격이 없다면 현 유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 역시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정학적 격랑이 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일정을 한층 늦출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라이언 스윗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냥 늦춰질 것만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유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져 실물경제와 고용시장마저 타격 받는다면, 오히려 조기 인하 신호가 감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전쟁의 상흔’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반복적 긴장으로 집적돼가는 지금, 금융시장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혼돈과 침묵 사이에서 내일의 기준금리 방향을 묻는다.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의 한숨과 균형감은 수많은 이들의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세상은 지금, 긴장과 기다림 사이 어디쯤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