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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플라스틱 커피머신서 발암물질”…가정내 유해성 논란, 생활가전 규제 촉발
IT/바이오

“검은색 플라스틱 커피머신서 발암물질”…가정내 유해성 논란, 생활가전 규제 촉발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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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널리 쓰이는 검은색 플라스틱 커피머신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오며, 생활가전에서의 제품 안전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커피머신, 주방용품 등 전자제품에 활용되는 재활용 검은색 플라스틱에서 발암물질과 내분비계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난연제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연구다. 업계는 재활용 플라스틱 기반 생활가전이 잠재적인 건강 리스크 논란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연구를 발표한 미국 환경단체 톡식프리퓨처는 커피머신 등 가전제품에 포함된 검은색 플라스틱에서 '카본 블랙(carbon black)'과 브롬계·유기인계 난연제(BFRs·OPFR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카본블랙을 인간 발암 가능 물질로, 주요 난연제 성분을 신경독성 및 호르몬 교란 관련 물질로 각각 분류한 바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장기추적 연구에서도 혈중 난연제 농도 증가가 암 위험 3배, 특히 갑상선암과 유방암 발병률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 측면에서 검은색 플라스틱은 폐전자제품 등에서 재생·추출되며, 고온 환경에서 열분해 또는 화학적 첨가물과 결합돼 성형·가공된다. 카본블랙은 착색과 내구성 강화 목적으로 첨가되지만, 미세 입자상태로 제품에 잔류할 수 있다. 또한 발화 방지 목적의 난연제 역시 고온 접촉·수분 노출 시 용출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기존 스테인리스·유리 재질 대비, 플라스틱 재질 커피머신에서 유해물질 용출 빈도나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유해 화학물질의 문제는 실생활 접점인 커피 추출기, 주방 소형가전, 플라스틱 장난감 등 다양한 생활제품에서 나타난다. 일반 소비자는 의심하지 않기 쉽지만, 임신부나 아동의 경우 플라스틱 성분의 반복 노출·체내 축적이 신경계, 내분비계 등 생리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난연제의 체내 농도가 높아질 경우 불임, 임신 실패, 호르몬 불균형 및 소아기 발달 지연 등에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글로벌 비교에서는 유럽연합(EU)이 RoHS 지침 등 화학물질 규제와 소비자 알 권리 강화에 나선 데 비해, 미국, 아시아 주요 국가는 생활가전 재활용 소재의 유해성 평가·규제 수준이 아직 미흡한 편이다. 국내 역시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정책과 동시에, 원재료 투명성·제품 성분 공개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동, 임신부 등 취약계층이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며 “제품 소재의 친환경성, 독성 물질 포함 여부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리스크 완화를 위해선 스테인리스·유리 재질, 저온 단시간 추출방식 제품 사용, 정기적인 세척 등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산업계는 검은색 플라스틱 재활용 규제, 난연제 대체 소재 도입, 성분 표시 의무화 등 제도적 변화가 생활가전 전반의 안전기준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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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플라스틱#카본블랙#난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