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 기록 삭제 없었다”…윤석열 전 대통령, 특검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 혐의를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특검팀이 정면 충돌했다. 검찰 수사를 둘러싼 영부인 메시지까지 공개되며, 청와대 압수수색 논란과 지시 여부를 둘러싼 증언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강한 반발과 함께 핵심 증인들의 증언도 주목을 끌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첫 공판 이후 약 한 달 만에 법정에 출석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운영 규정을 물었고, 규정대로 하라고 했다. 이후 통화에서 서버가 이틀마다 삭제되는지 질문받아 답했지만 삭제 지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보안조치만을 지시받았고, 이는 다른 사용자의 접근 제한일 뿐 삭제와 무관하다”며 “삭제 지시라는 표현을 바로잡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와 김성훈 전 차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도 증거로 제시했다. 메시지에는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이 압수수색을 걱정한다”고 하자, 김 전 차장이 “압수수색이니 체포니 걱정하지 말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영부인 김건희가 당시 압수수색을 우려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영장 집행을 저지하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검찰 생활 26년 만에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이 실제 집행된 사례가 없다. 청와대와 대통령 관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맞섰다. 이어 “제가 이를 두고 걱정하거나 방해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화폰 기록 삭제에 대해 “제가 처음 경호처장에게 통화내역 관리 방침을 묻자 정권이 바뀌면 일괄 삭제한다고 들었고, 실제로는 상당 기간 기록이 남아 있었다”며 “삭제는 이뤄진 적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해임 후 비화폰을 언론에 공개한 사례를 언급하며, “보안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조치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또, “군사보호구역인 만큼 국방부장관 공관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경호처에 알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팀의 ‘김건희 호칭’ 사용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아무리 그만두고 나와도 김건희가 뭐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재판 내내 혐의 부인과 보안 관행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두드러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가 향후 특검수사와 청와대 기밀관리 관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음 공판에서는 경호처 내부 규정과 대통령 기록물 관리 실태에 대한 추가 증언과 검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