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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인사이트 고명옥, 절규의 탈북길”…잃어버린 딸 그리움에 잠 못 든 밤→모녀 재회 끝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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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인사이트 고명옥, 절규의 탈북길”…잃어버린 딸 그리움에 잠 못 든 밤→모녀 재회 끝내 눈물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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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굳은 입매 위로 다가온 절실함, ‘다큐 인사이트’ 속 고명옥의 시간은 언뜻 스쳐 지나가는 흔한 풍경과는 닮지 않았다. 웃음기 사라진 얼굴엔 두만강을 건너던 밤과, 외딴 방 안에 가둬진 채 세상과 단절됐던 날들이 낱낱이 각인돼 있었다. 끝내 삶을 부여잡으며 이별과 기다림을 견뎠던 어머니와 아이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심장에 느리게 번졌다.

 

고명옥은 두 아이와 함께 목숨을 걸고 강을 넘었지만, 자유의 땅에서 기다린 것은 견딜 수 없는 불안과 굶주림, 그리고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실이었다.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나날, 아이들에게조차 밖을 허락할 수 없던 감옥 같은 일상은 어린 자녀의 심장에도 두려움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 김현희의 실종은 가족 모두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남겼다. 경찰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미등록 신분 탓에, 밤마다 이름을 부르며 거리를 뒤지던 어머니의 모습은 고통 자체였다.

목숨 건 탈북 여정…‘다큐 인사이트’ 고명옥, 잃어버린 딸 찾기→모녀의 눈물로 이어지다 / KBS
목숨 건 탈북 여정…‘다큐 인사이트’ 고명옥, 잃어버린 딸 찾기→모녀의 눈물로 이어지다 / KBS

7년의 시간이 흘러 또다시 떠난 미국 땅에서도 엄마의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핏줄을 잃고 견디는 날들은 차디찬 그림자처럼 하루도 빗겨가지 않았다. 딸을 향한 짧은 메시지를 대체로 삼으며, 삶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은 13년에 걸쳐 한없이 이어졌다. 결국 라오스에서 맞이한 모녀의 재회―현희가 “살아줘서 고마워”라 속삭인 순간, 굳게 감겼던 두 손 사이로 수십 년 사무친 원망과 슬픔이 이슬처럼 번졌다.

 

비좁은 방, 닫힌 창의 질식 같은 공기 아래 다시 부르는 서로의 이름, 국경을 넘어 불빛을 향해 내딛는 걸음들은 해소될 수 없는 상처와 희망의 경계를 오갔다. 다큐 인사이트는 고명옥과 김현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재중 탈북민 여성들이 겪는 실상과, 영영 잃은 가족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아픔을 담담히 포착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이들의 시간엔 은닉과 단절, 그리고 가혹한 이별의 무게가 서려 있다.

 

울음과 설움을 삼켜내던 하루들이 결국 가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되찾으며 끝을 맺는다. 고명옥이 몸소 걸었던 길 위에는 엄마라는 사실,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은 사랑만이 남았다. ‘두고 온 아이들’을 통해 다큐 인사이트는 경계와 이념을 뛰어넘은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끊어진 인연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의미를 깊이 되묻는다.  

이번 ‘두고 온 아이들’은 재중 탈북민 여성과 가족의 절박한 현실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5월 29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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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옥#다큐인사이트#김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