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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리드서 평정심 흔들렸다”…안산, 준결승 역전패→동메달로 뒷심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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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리드서 평정심 흔들렸다”…안산, 준결승 역전패→동메달로 뒷심 과시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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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민주광장에 고요가 감돌던 순간, 안산은 숨을 길게 고른 뒤 활 시위를 당겼다. 4-0 리드로 우위를 점했던 안산은 어느새 흔들렸고, 강채영의 몰아치는 집중력에 역전의 순간을 허용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팬들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예측 못한 반전과 아쉬움을 지켜봐야 했다.

 

안산(광주은행)은 12일 열린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여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대표팀 맏언니 강채영(현대모비스)에게 패했다. 2세트까지 4-0 리드를 지킨 안산은 3세트 들어 중계 해설팀의 예상치 못한 목소리를 듣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이어진 세트마다 8점에 그치는 화살을 쏘았고, 최종적으로 세 세트를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4-0 리드 후 흔들림”…안산, 준결승 패배 뒤 동메달 획득 / 연합뉴스
“4-0 리드 후 흔들림”…안산, 준결승 패배 뒤 동메달 획득 / 연합뉴스

경기 후 안산은 “3세트에 들어가기 전 중계 해설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평정심을 잃은 게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 앞서가던 경기의 흐름이 작은 변수 하나로 뒤집혔다는 점에서 선수로서 씁쓸함도 엿보였다.

 

그러나 안산은 곧바로 이어진 3위 결정전에선 흔들림을 딛고 차분히 경기를 풀어나갔다. 경기를 다시 장악한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관중들은 조심스럽게 박수를 보냈다.

 

광주 토박이 안산은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보다 취재진이 많아 부담이 됐다. 동메달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어깨 부상과 조기 탈락이라는 시련을 겪은 뒤, 웨이트트레이닝과 장비 조정 등 무거운 시간을 견디며 재도약을 준비해 왔다. 무엇보다 이번 동메달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안산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시키는 시간이었다.

 

안산은 “내년이 아시안게임 시즌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온 힘을 쏟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한 단계 더 성숙한 각오를 전했다. 안산은 향후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를 통해 또 한 번 새 출발을 준비한다.

 

일상보다 더 낯선 긴장과 무대의 압박,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을 추스르는 성장의 순간이 담담히 이어졌다. 경기장의 공기, 휘날리는 숨소리, 눌린 감정 너머로 전해지는 작은 박수가 특별했던 하루다. 안산의 다음 무대는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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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강채영#세계양궁선수권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