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 없이 색각 평가”…제브라피쉬 실험서 검증, 안과연구 패러다임 바꾼다
색각 상태를 조직검사나 고가의 장비 없이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동물 실험 기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안과 엄영섭 교수팀은 열대어인 제브라피쉬 색맹 모델을 이용해, 행동 분석을 기반으로 한 비침습 색각검사 기법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기존 평가법들은 망막 조직 샘플링이나 복잡한 장비가 필요해 생물학적 연구와 신약 개발에서 애로가 컸다. 그러나 이번 성과로 유전성 안질환, 약물 유해 반응 조기 진단 등에서 연구의 속도와 정확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적녹색 시각 자극에 대한 제브라피쉬의 반응 속도와 행동 패턴을 정량 분석하는 새 검사법을 선보였다. 특히 유전자 조작과 약물(메트로니다졸) 처리를 이용해 제브라피쉬에서 적색 원추세포(색을 구별하는 망막 내 감각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한 뒤, 색각 기능 저하 정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했다. 세포 손상 수준은 형광 단백질 면적으로 확인했으며, 색각 반응 결과와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해 검사법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기존 방식과 달리, 라벨링, 조직절편 없이 생체 내 바로 색각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속성과 정확도가 높아 실험효율이 개선된 이번 기법은 유전자 결함, 약물 독성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시각 손상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동물의 시각 반응 변화 측정을 통해, 개발 약물의 안전성이나 유전적 위험 요인에 대한 파악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안과 치료제 개발, 신경생물학 분야 기초 연구, 조기 질병 예측 등 실용화 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제브라피쉬는 신경계 및 시각 연구의 대표적 모델생물로 주목받지만, 이번처럼 비침습 행동검사를 표준화한 사례는 드물다. 특히 미국, 영국 등지의 연구팀은 정밀 이미징이나 분자 분석에 치중한 반면, 국내 연구진은 행동 데이터만으로 색각 변화를 평가하는 실용기술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부각된다. 후속적으로 이 방식이 국제 실험동물 가이드라인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동물 실험 윤리, 데이터 해석 표준화, 통계적 신뢰 확보 등 과제도 남아 있다. 의료기기 인증이나 동물복지 지침 적용 역시 향후 실험법 확산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엄영섭 교수는 “제브라피쉬에서 색각 기능을 빠르고 안전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유전 질환 연구와 신약 효능 검증의 ‘실험 혁신’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학계에서는 “동물실험 기반 검사법의 진화가 미래 안과 연구 패러다임 전환점을 예고하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신약개발과 질환 진단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