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광풍 속 비난 두려웠다”…김건희, 샤넬백 수수 인정 속 대가성·직무 연관 부인
정치적 충돌이 다시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마침내 시인하며, 대통령실을 둘러싼 비위 논란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 여사는 수수 과정을 인정하는 한편 대가성·직무 관련성을 일관되게 부정하면서 정치권과 특검 간의 공방은 한층 날카로워지는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 변호인단은 11월 5일 언론에 “김 여사는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4월과 7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8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와 1천200만원 상당의 가방 1개, 6천여만원대 그라프 목걸이 등 고액 선물이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특검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를 처음으로 인정한 자리였다.

다만 변호인단은 “통일교와 공모, 청탁·대가 관계는 없었고 그라프 목걸이 역시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해당 선물들이 사용된 바 없으며 이미 모두 반환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적절했던 처신을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의 시각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검팀은 “공소사실의 일부를 비로소 자백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김 여사 측이 주장해온 부인 기조를 ‘모순되고 거짓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통일교 측과의 청탁 여부 및 대통령 직무와 연관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입증 가능한 자료가 있다”며, “특정 종교단체가 왜 그런 고가의 선물을 줬는지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입장 선회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건희 여사 측이 수수 사실을 최초로 인정한 데엔 공범으로 지목된 전성배 씨가 법정 증언을 번복하며 ‘금품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전씨는 샤넬백,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 반환된 품목을 특검에 제출하며 사안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건희 여사 측은 수수 사실 인정과 동시에 보석 청구와 관련해 “어지럼증·불안 증세 악화 등으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같은 날 법원에 13쪽 분량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여론의 광풍 속 과도한 비난과 책임이 두려웠고, 탄핵·구속으로 이어질 절망적 상황에서 고민 끝에 판단을 내렸다”는 심경도 담겼다. 또 ‘객관적 근거 없는 수사’와 디올백 등 과거 논란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방 일체 반환 사실 역시 강조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측의 기존 주장과 반환 시기, 선물 사용 여부 등에 대해 “사용감이 분명했고, 구두 역시 신었음이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법원에는 보석 불허 의견서를 제출하며 증거 인멸 우려를 특별히 지적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앞으로 있을 보석 심문이나 본격 재판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일부 사실을 인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판 쟁점이 된 샤넬백 수수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보석 이후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5일 기준 서울중앙지법은 김건희 여사 및 전성배 씨 관련 보석 심문과 본안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은 김 여사 측의 ‘부분 자백’이 실체 규명을 위한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추가 증거 및 관련자 진술에 따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특검은 향후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