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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규제 혁신” 미디어질서 재편 노린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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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와 플랫폼이 여론 형성과 정보 유통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헌법 가치에 기반한 규제·진흥 전략을 앞세워 미디어 질서 재편에 나선다. 산업 구조가 방송과 통신,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공정 경쟁과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업계와 정책 당국은 이번 인사와 방향 제시를 디지털 규제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김종철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헌법 정신을 행정 현장에서 구현하겠다고 밝히며, 자유와 혁신을 최대한 보장하되 불공정 행위와 기만적 상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의 핵심은 비대칭 규제 개선과 공정 경쟁 질서 확립이다. 김 위원장은 방송과 통신, 인터넷 플랫폼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각기 다른 규제가 적용되는 현 체계를 문제로 짚었다. 현재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은 아날로그 방송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규율 체계와 충돌하는 지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러한 구조를 손봐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 간 망 사용료, 플랫폼 불공정 행위 같은 쟁점을 공정 경쟁 관점에서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디지털 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대응도 강화 기조를 드러냈다. 알고리즘이 이용자 선호에 맞춰 정보만 골라 보여주는 필터 버블 현상과, 이용자 동의를 악용하는 다크패턴 같은 기만적 설계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대표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디지털 설계 관행이 민주주의 공론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고, 허위조작정보와 악성 댓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에 대해 강력한 대응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 원칙도 분명히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고 사회적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호하는 자유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발언도 공론장 구성의 일부로 보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충돌할 경우 적절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방송의 공적 책임과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방송을 민주적 여론 형성의 장으로 규정하고, 방송 독립성을 보장하되 자율과 책임의 균형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개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수단이 되도록, 엄격한 규율과 함께 공적 책임에 맞는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콘텐츠 공적 책무, 공영방송의 역할, 광고·편성 관행 개선 등과 맞물려 향후 제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 철학의 바탕에는 경제헌법 연구 경험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시장 자율성과 국가 규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밝히며, 방미통위의 역할을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공정한 미디어 질서 조성자로 규정했다. 헌법 정신을 회복해야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을 조화롭게 실현하고, 공정한 소통 질서 안에서 국민 권익과 미디어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플랫폼 규제와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대형 플랫폼의 시장지배력과 콘텐츠 책임 문제를 단계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주요국에서도 허위정보 대응과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추가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방미통위 출범을 계기로 유사한 규제 프레임이 어떤 형태로 도입될지 주목된다.

 

미디어 산업계는 규제 혁신과 공정 경쟁 원칙이 실제 법제화와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망 사용료, 알고리즘 투명성, 플랫폼 갑질 규제 같은 쟁점이 지나친 규제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명확한 규칙이 마련되면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국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산업계와 시민사회, 학계는 방미통위가 헌법 가치와 디지털 혁신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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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인터넷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