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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코 온도 떨어진다”…서식스대, 얼굴 열화상 분석 주목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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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온도가 스트레스 상태에서 눈에 띄게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생체 신호 기반 심리 진단 기술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영국 서식스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은 최근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스트레스가 얼굴 혈류와 체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의 온도가 섭씨 3~6도까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신체 외부 지표를 통한 비침습적 심리 상태 판단 기술의 실마리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2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사람 앞에서 발표하기, 숫자 거꾸로 세기 등 의도적으로 스트레스를 부르는 과제를 진행하는 동안 열화상 카메라로 코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 촬영했다. 실험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경계가 혈류를 눈과 귀 등 주요 감각기관으로 집중시키면서 코 부위의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고, 이로 인해 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스트레스 자극이 해소되면 대부분 몇 분 이내 본래 온도로 회복됐다.

특히 기존 바이오마커(생체지표) 중심의 스트레스 측정은 혈액·피부 등 직접적 검사가 필요했다는 한계를 지녀왔으나, 이번 연구는 비접촉식 열화상 장비로 신경계 반응을 간접적으로 포착해내 응용 폭이 넓다. 질리언 포레스터 서식스대 교수는 “코의 온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가 스트레스 조절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느린 경우, 불안장애나 우울 증상 위험 신호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얼굴 온도-심리 상태 연관성은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고릴라 등 고등 영장류 복지 모니터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식스 연구진은 이미 구조된 성체 침팬지의 코 온도가, 아기 침팬지 영상 시청 시 따뜻해지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현재 보호구역 유인원 관찰에 열화상 기반 스트레스 진단을 적용하는 방안도 실험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의료 현장에선 저비용·비접촉식 감정 상태 진단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미국,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원격 모니터링·비대면 심리 진단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며, 실제 병원·동물복지센터 등 현장에 도입 시도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심리·신경계 반응을 실시간·비접촉 방식으로 계측하는 기술이 의료·동물복지산업 등에서 폭넓게 응용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스트레스 신호 측정의 신뢰성과 상용 진단도구 개발을 통한 시장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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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스대#코온도#열화상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