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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충전에도 수명 걱정 뚝”…국내 연구진, 하이브리드 음극 성과
IT/바이오

“고속충전에도 수명 걱정 뚝”…국내 연구진, 하이브리드 음극 성과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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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의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음극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 고려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흑연와 곡면 나노그래핀 등 유기소재를 결합해 고속 충전 환경에서 용량 저하 없이 긴 수명을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음극 소재를 선보인 것이다. 업계는 이 성과가 전기차, 스마트폰 등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수명을 좌우하는 ‘충전 내구성’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전기차 및 모바일 기기에서 요구되는 고속충전 수요와 관련된 소재 기술의 혁신이다. 연구팀이 발표한 하이브리드 음극 소재는 곡면 나노그래핀(Cl-cHBC) 적층 구조 안에 흑연 입자(MCMB)를 고르게 분포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 곡면 나노그래핀은 활처럼 비틀린 특성으로 인해 층간 간격이 넓어지고, 나노 수준의 빈 공간이 많아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가 빨라지는 장점을 갖는다. 여기에 흑연과 1:1 비율로 적층하면, 리튬이온이 곡면 나노그래핀에 먼저 삽입된 뒤, 순차적으로 흑연 쪽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런 ‘순차 삽입(Stepwise Insertion)’ 메커니즘은 기존 음극에서는 충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표면에 금속 리튬이 쌓이는 ‘데드 리튬’ 문제가 심각해지는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실제 하이브리드 음극의 세부 성능 평가에서, 고속 충전 조건에서 기존 상용 흑연 음극 대비 4배 이상의 높은 저장 용량이 확인됐다. 이는 곡면 나노그래핀의 확장된 층간 구조 덕분에 더 많은 리튬이온을 음극 내부로 빠르게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용 단결정 NCM811 양극과 조합한 파우치셀 실험에선 1000회 이상의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70%를 유지했으며, 2100회 이상 반복돼도 99%의 충·방전 효율이 지속됐다. 이러한 내구성 수치는 기존 음극 소재와 비교해 기술적 격차를 보이며, 전기차 배터리 수명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빠른 충전과 배터리 수명 연장의 조화를 이룬 소재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 미국 테슬라 등이 각각 실리콘계 복합소재나 음극 코팅 기술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번 국내 연구진의 하이브리드 소재는 제조 공정의 단순성, 기존 인프라와의 호환성 등 산업적 실용성 측면에서 차별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곡면 나노그래핀의 탄소 화학 구조는 전기차 뿐 아니라 향후 나트륨 이온 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로도 확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상용화 과정에서는 소재 대량생산 및 배터리셀 제조라인과의 호환성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들은 최근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의 성분·입자 구조·생산 단가에 대한 규제와 인증 체계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유럽 EMEA 등의 안전 기준 적용과 기업 주도의 대량생산 검증 단계가 산업화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고속 충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소재가 실제 배터리 시장에 신속히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음극 기술의 상용화 시점이 곧 전기차, 모바일 기기의 수명 혁신을 이끄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생산, 인증, 시장 요구의 균형이 앞으로 국내 배터리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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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고려대학교#한국과학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