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선 후퇴”…코스피, 외국인·기관 매도세에 장중 하락 전환
6월 17일, 서울 여의도 증시에 아침의 푸른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 코스피는 출발의 설렘을 안고 2,959.93에 힘차게 문을 열었다. 한때 2,998.62까지 치솟으며 3,000선을 맞이하는 환희가 손에 닿을 듯했으나, 시장의 바람결은 이내 냉랭하게 전환됐다. 오후 1시 28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14포인트(0.51%) 하락한 2,931.52에 머물렀다.
정적에 가까운 하락의 흐름 뒤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22억 원, 기관은 436억 원을 내던지며 시장의 방향타를 잡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1,241억 원 순매수로 맞섰지만, 조용한 저항은 약세의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움직임은 민첩했다. 코스피200선물에서 2,493억 원 매도세가 가세하며 주식과 파생 양 시장을 관통하는 매도 물결이 이어졌다.
종목별로 시가총액 상위 주자들은 저마다 다른 운명을 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27%, 1.21% 오르며 푸른 불꽃을 피웠지만, 상승폭은 이미 줄어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39%, KB금융은 1.02%, HD현대중공업은 3.23%, 두산에너빌리티는 3.69% 하락했다. 현대차와 기아, 한화오션은 오름세를 조금이나마 이어나갔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87% 아래로 처지며 경기민감주의 불안함을 드러냈고, 유통과 운송창고 역시 각각 1.70%, 2.00%씩 낮아졌다. 전기전자(1.46%)와 금속(0.13%)은 견고함을 겨우 유지했다.
코스닥도 장초반 780.08까지 올랐던 낙관의 그림자를 오후 들어서 769.08로 내리우며 동화와 현실 사이에서 자리를 옮겼다. 알테오젠, 에코프로 등 대표주들이 소폭 내렸고, 펩트론과 삼천당제약, 실리콘투 같은 종목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 반도체 대형주들의 상승폭 둔화가 투자 심리의 냉각제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3,000선 문턱에서 망설이며, 이른 매도 신호가 지수 전체에 그늘을 드리웠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과 글로벌 경기 변동성, 반도체 업종의 실적 발표 등을 중심으로 다시금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에게는 순식간에 변하는 장세 속에서 냉철한 판단과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 다음 주 예정된 주요 실적 발표 등 앞으로의 지표 변화에 더욱 민감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시장의 작은 진동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여름의 증시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