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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시간 위를 걷다”…공주, 역사의 길에서 만나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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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시간 위를 걷다”…공주, 역사의 길에서 만나는 여유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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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여행을 핑계로 공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누군가는 옛 시간을 닮은 고요가 좋아서, 또 누군가는 계절과 눈길 닿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천년 고도를 거닌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역사 여행’은 이제 일상 속 여유와 감각을 더하는 새로운 취향의 한 축이 됐다.

 

조금은 더디고 흐린 공기에도, 이날 공주시는 최고 24.3도를 기록하며 푸르른 여름 빛과 산들바람을 머금었다. 습도가 85%로 높은 편이지만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오히려 산책의 여유를 더한다. SNS에서는 “마곡사 앞 연못에 비친 전각이 너무 아름답다”, “공산성 산책로에서 맞은 바람이 잊히지 않는다”는 체험담들이 쉽게 눈에 띈다. 진한 녹음 속에 고요히 세워진 사찰과, 성곽 위에서 열린 금강 풍광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히 흔든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마곡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마곡사

이런 변화는 관광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주를 찾는 여행객 중 30~40대 비중이 늘고, 산책로가 있는 유적지 방문 후기와 인증 사진이 커뮤니티를 채운다. 전문가들은 인문 여행이나 고즈넉한 유적 산책을 ‘관계의 재정립’ 혹은 ‘마음 리셋’을 위한 일상적 선택으로 해석한다. 심리학자인 김현수 씨는 “사찰이나 고성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스스로와 마주하는 공간이 됐다”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한적한 평일에도, 부부나 가족, 혹은 혼자서 마곡사나 공산성을 찾는 모습이 더는 특별하지 않다.

 

마곡사에서는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나무 그늘을 벗 삼아 걷거나 대웅보전, 5층 석탑을 천천히 쓰다듬듯 둘러보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다. 공산성에서는 “여기가 진짜 백제의 시간 같다”며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발길을 오래 머무는 방문객이 많다. 무령왕릉 역시 모형 전시관이 주는 흥미와 학습의 즐거움이 더해져 평일 오후에도 꾸준히 찾는 이가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공주 메타세콰이어길 사진 보고 바로 드라이브 떠났다”, “오래된 것에 둘러싸이면 내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아 자주 간다”는 이야기가 연이어 달린다. 산책로의 느린 리듬과 사찰의 고요한 풍경은, 복잡한 일상 속 쉼과 리셋의 기호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어도, 그 안에서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내면을 새로이 정돈할 수 있다. 백제의 숨결 따라 걷는 공주의 하루는, 그래서 어느새 우리의 오래된 일상이 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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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마곡사#공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