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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이와 면역 반응”…국내 연구진, 지방간 진행 원인 규명
IT/바이오

“유전자 변이와 면역 반응”…국내 연구진, 지방간 진행 원인 규명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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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진행에 특정 유전자 변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연구진은 PNPLA3 유전자 변이(GG형)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 환자의 간 내 면역세포 침윤 및 섬유화 심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연구팀이 내놓은 이번 결과는 환자 개인별 유전자 정보에 따른 맞춤형 치료와 조기 예측, 정밀의료 전략 확장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번 성과를 “지방간 질환의 병태생리를 해석하는 데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배시현 교수,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구성된 연구진은 2024년 은평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MASLD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PNPLA3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유전자 검사는 구강 상피세포 또는 간 생검 조직에서 이루어졌으며, 면역조직화학적 염색법을 활용해 간 조직의 T세포(CD3), 대식세포(CD68) 침윤 정도를 계량적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PNPLA3 GG 변이형 환자군은 변이가 없거나 일부인 그룹(GC/CC형)에 비해 간의 고도 섬유화(F3~F4)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다. 동시에 간문맥 주변에서 면역세포의 침윤이 현저히 증가해, 해당 유전자 변이가 염증 유발과 간 손상 심화에 직접 관여함이 입증됐다. 구체적으로, 변이 환자군에서는 면역 활성 및 섬유화 유전자 발현 수치가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유전적 리스크 요소가 실제 면역 경로 및 조직학적 변화를 어떻게 유발하는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해명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했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단순한 지방 축적을 넘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과 동반돼 일부 환자에서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도 진행된다. 그간 PNPLA3 변이와 질환 악화의 상관관계가 관찰돼 왔으나, 유전자 변이와 면역침윤·섬유화 간의 직접 연관성, 그리고 실제 간 조직 내 변화에 대한 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별로 위험도 예측에 유전자 검사를 임상에 도입할 근거를 마련해 준다. 특히 유전자상 고위험군에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신약 개발 또는 간 손상 조기 예방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미국 NIH, 유럽 등에서는 유전체 기반 맞춤의료가 정밀진단 및 예측 치료의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확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편, 이런 유전자 정보 활용은 진단과 치료의 윤리, 개인정보 보호 등 규제적 검토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최근 식약처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는 유전체 기반 진단법의 안전성과 데이터 보호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학계와 의료계는 “유전자-면역 경로 해석은 정밀의료 혁신의 중심 과제”라며, “향후 특정 변이에 기반한 표적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 경쟁의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재준 교수는 “PNPLA3 변이가 면역세포 활성화를 유도해 간 섬유화가 악화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며, “앞으로 환자 예후 예측과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 설계에 본 연구가 큰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돼 정밀의료와 맞춤예방의 시대를 앞당길지 주목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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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대사이상지방간질환#pnpl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