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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민간 대피 촉구”…중동 곳곳 전운 고조→전면전 임박 우려 커진다
국제

“이스라엘, 이란 민간 대피 촉구”…중동 곳곳 전운 고조→전면전 임박 우려 커진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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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으로 숨이 막힐 듯한 중동의 하늘 아래, 전운이 짙게 드리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대치는 새로운 위기의 실루엣을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란 내 전략적 무기 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긴급히 대피하라는 경고를 내리면서, 오랜 증오와 갈등의 그림자는 굳게 드리워진 채 회피할 수 없는 충돌의 소용돌이로 번지고 있다. 군사적 경고음과 피난 명령, 불안에 떨며 마을을 등지는 주민들의 발걸음. 그곳에는 중동이 겪고 있는 불안정의 전형적인 슬픔이 깃든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 아비차이 아드라이 대령은 6월 15일, 이란 전역 무기 제조시설 인근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하고, 추가 통지 시까지 절대 돌아오지 말 것”이라 전했다. 이 묵직한 권고는 단순한 방침을 넘어, 대규모 군사작전이 임박했음을 명시적으로 암시한다. 아드라이 대령은 과거 가자지구와 레바논, 예멘 등지에서 공습을 앞두고 유사한 메시지를 남긴 적이 있어, 이번 역시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임을 짐작케 한다.

이스라엘 공격받은 이란 정유공장[로이터/WANA 통신 연합뉴스]
이스라엘 공격받은 이란 정유공장[로이터/WANA 통신 연합뉴스]

이번 이스라엘의 경고는 13일 이란 내 핵 및 군사 시설에 대한 기습타격의 연장선이다. 이어진 15일 공습에서는 이란 국방부와 국방연구소에까지 전장이 넓혀졌고, 이란은 즉각 미사일로 응수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신형 탄도미사일 ‘하즈 카셈’까지 투입하는 등 보복 의지를 드러냈다. 연쇄되는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 그 소용돌이는 지역 안보의 균열을 더 깊게 판다.

 

이날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춘다면 이란도 보복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이번 공습이 “국제법의 새로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공식 입장 표명 직후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멈추지 않았고, 맞불 대응 양상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그로 인해 양국 사이 무력 충돌의 장기화, 전면전 심화 우려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이번 대치의 근저에는 이란 핵시설 문제와 그로 인한 신뢰의 단절, 안보 불안이 깔려 있다. 각각 상호 행동 중단을 조건으로 내걸며 한 걸음쯤 물러설 듯하지만, 실제로 총구가 멈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민간인 대피 명령이 내려진 현 상황은 어쩌면 파국적 대결의 문턱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짙게 배가시킨다.

 

국제사회와 인접 이웃 국가들은 침묵보단 긴장, 기대보단 불안의 시선을 보내며 양국의 향후 행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굳게 닫힌 대화의 문, 곳곳에서 격발음이 번지는 중동의 밤. 민간인들의 고통과 피난 행렬, 그리고 점점 짙어지는 불안의 그림자가 이곳에 드리운다. 이틀기의 행진이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세계는 또다시 중동을 향한 근심어린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됐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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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