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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목포”…박석민의 두 번째 인생, 평화와 사연의 골목길로→삶의 깊이 묻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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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목포”…박석민의 두 번째 인생, 평화와 사연의 골목길로→삶의 깊이 묻는 시간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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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스며든 목포의 거리에 KBS1 ‘동네 한 바퀴’가 조용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낙엽처럼 쌓인 추억과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너른 길목을 따라, 박석민은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한다. 은퇴 후 찾아온 열정의 무대, 그는 오랜 세월을 달구었던 손끝에 이탈리아에서 배워온 요리의 따스함을 얹어내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조심스레 그려낸다. 깊은 이야기가 깃든 고든램지 비프웰링턴 한 접시는 먼 길을 찾는 이들에게 목포만의 색다른 기억들을 건넨다.

 

목포역 어귀, 작은 공방에서 김은주는 고향의 정취를 마그넷에 빚는다. 익숙한 풍경이 작은 예술로 자리잡고, 진심이 담긴 손글씨와 사투리가 더해지며 낯선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세월의 온기, 설화, 그리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길 사연들이 공방의 벽면을 물들인다. 김은주는 그 모든 기억을 이 도시의 속살처럼 촘촘히 엮어 건네는 듯하다.

무르익은 인생의 순간들…‘동네 한 바퀴’ 목포, 낭만과 평화의 거리→삶의 깊이를 만나다 / KBS
무르익은 인생의 순간들…‘동네 한 바퀴’ 목포, 낭만과 평화의 거리→삶의 깊이를 만나다 / KBS

호남권 통일플러스센터에서는 생소한 북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과 북한이탈주민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 흐른다. 떡을 빚고 농마국수를 만드는 그들 사이로 흐르는 웃음소리와 노랫가락은 ‘통일’이라는 단어를 소박하게 되뇌이게 만든다. 평화소리 어울림합창단의 선율이 남과 북 사이에 놓인 마음의 다리를 살며시 잇는다.

 

매일 빵을 구워내는 이길주, 그리고 김으로 돌돌 만 특별한 ‘김빵’은 목포만의 또 다른 자부심이 된다. 생동감 넘치는 빵에는 상상력과 따스함이 가득 담기고, 소박한 하루의 즐거움을 절로 안겨준다. 

 

백년대로 좁은 골목 끝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정갈하게 눌러 쓴 재치있는 문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아이스크림은 녹는 날이 끝입니다.”라는 글귀처럼 그들의 유쾌함과 정성은 이 동네의 밤에도 환하게 남아 골목의 불빛이 된다. 불 꺼진 골목을 걱정하며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두는 노부부의 마음은 동네의 아늑한 울림이 돼 돌아온다.

 

푸른 아침이 밀려드는 목포 바닷가의 경매장에는 실향민 2세 형제가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선다. 바다를 보며 아버지의 고향을 떠올리고, 망향탑에 바람을 실어 보내는 형제의 마음엔 그리움과 가족의 의미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목포 수산 위판장에 울려퍼지는 사부곡의 노래와 함께, 도시의 평화로운 풍경이 명징하게 그려진다.

 

음식 한 접시, 마그넷 하나, 그리고 작은 친절의 손글씨와 합창단의 노래까지. 목포 골목 곳곳에는 삶이 시들지 않고 한층 더 짙어지고 무르익어가는 순간들이 켜켜이 새겨지고 있다. 인생의 평화와 낭만, 그 깊이가 스며든 여정의 기록은 5월 31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KBS1 ‘동네 한 바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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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박석민#목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