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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마운드와 슬럼프”…키움, 8연패 내몰려→전패 고리 끊을까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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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짙게 깔린 더그아웃에 무겁게 쏟아지던 시선,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빠져나가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의 표정은 긴 침체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8연패라는 길고 아픈 터널은 지난 2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4 KBO리그 원정전에서 또 한 번 확인됐다. 키움은 5-7 역전패로 연패 고리를 끊지 못했다.

 

시즌 14승 42패, 승률 0.250. 창단 이래 가장 힘겨운 항해가 계속됐다. KBO리그 전체를 봐도 3할 미만의 승률로 시즌을 마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 여파는 상위권 팀과의 상대 전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상대 1승 5패, 롯데 자이언츠 6전 전패, kt wiz 2승 7패, 삼성 라이온즈 5전 전패 등, 상위권 1~5위 팀 상대로 합계 4승 28패라는 참혹한 수치가 남았다. 합산 승률은 0.125에 그쳤다.

“28승 4패 판도”…키움, 상위권 상대 전패행진→연패 수렁 / 연합뉴스
“28승 4패 판도”…키움, 상위권 상대 전패행진→연패 수렁 / 연합뉴스

상대 팀들은 키움을 상대로 반드시 이긴다는 인식 아래 주력 선발진을 투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8연패 기간에도 라일리 톰슨, 원태인, 아리엘 후라도, 데니 레예스, 오원석,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소형준, 애덤 올러 등 각 팀의 간판급 투수가 총출동했다. 이에 대해 홍원기 감독은 "우리랑 만나는 팀은 다 이렇게 나온다. 이게 지금 우리 팀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키움의 투수진은 총체적 난국에 가깝다. 팀 평균자책점이 5.98로 리그 평균 4.18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공격 쪽의 부진도 배제할 수 없다. 팀 타율은 0.233으로 9위에 머물렀다. 경기당 평균 실점이 6점에 육박하지만, 타선에서 이를 따라잡을 역량이 부족했다.

 

상황 반전을 위해 키움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퇴단시키고,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새롭게 영입하며 마운드 재편에 착수했다. 알칸타라는 이번 주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 중 첫 등판이 유력하다. 여기에 2025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투수 정현우도 복귀가 임박했다. 정현우는 최근 한화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1이닝 25구 2실점(비자책) 기록을 올리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현우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케니 로젠버그와 라울 알칸타라, 하영민, 그리고 정현우까지 선발진이 한층 안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9월 소집 해제를 앞둔 에이스 안우진의 복귀까지 더해진다면, 시즌 후반부에는 상위권 팀들도 쉽게 넘볼 수 없는 팀으로 바뀔 수 있다.

 

관중석에서는 긴 한숨과 조용한 박수가 오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즌, 키움은 오는 주말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을 시작으로 반전의 불씨를 노린다. 바람이 불어오는 경기장 끝자락, 고요히 흔들리는 깃발처럼 팬들의 희망도 서서히 움트기 시작했다. 키움의 새로운 마운드 이야기는, KBO리그의 긴 계절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이의 시선을 모은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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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라울알칸타라#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