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방해 혐의 불구속 유지”…법원, 前공수처 검사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차질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수사 방해 혐의를 두고 특검팀과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가 맞붙었다. 법원이 구속수사 요건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특검팀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마주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채상병 사망 진상 규명을 둘러싼 갈등 구도의 또 다른 국면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피의자들의 혐의 전면 다툼과 방어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피의자들의 직업과 거주, 수사 참여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염려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총선 직전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관계자 소환 지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외부 상황 변화에 맞춰 수사 진행에 영향을 미친 혐의(직권남용)로 수사를 받아 왔다.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차장 대행 시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지시,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방해 등 직권남용과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직후 출국금지 해제를 수사팀에 지시했다는 공수처 내부 진술이 확보됐고, 지난 6월 오동운 처장 주재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에 결재할 수 없다. 결재라인에서 빠지면 사표를 내겠다"고 하는 등 강제수사에 반대하는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당시 수사외압·영장 관련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며 위증 혐의까지 더해졌다.
이날 법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혐의 전면 부인에 나섰다. 그는 총선 당시 ‘소환 금지’ 지시 자체가 없었고, 특검이 확보했다는 진술 역시 왜곡됐다는 취지로 맞섰다. 송 전 부장검사도, 출국금지 유지에 이견을 표하긴 했으나 수사팀이 최종적으로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 의견을 냈기에 방해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세 차례 기각된 사정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 것이라며, 결재를 4일 만에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이와 달리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진상규명 역할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피의자를 구속상태로 조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특검이 제시한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적 다툼 가능성과, 피의자들의 출석·생활 여건 등을 들어 구속수사의 실익이 없다고 봤다.
앞서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핵심 인사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한 6명 영장이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이번 김선규·송창진 전 부장검사 영장 기각까지 더해지면서, 수사 진상규명 동력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수사 종료 시한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특검팀은 기존 의혹의 사실관계와 법리 분석을 보완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수사 만료일은 28일로 예정돼 있으며,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진상규명 기회가 다시 한 번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