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이 비만 부른다”…유니세프, 아동 건강적신호 등 불켜져
아동 비만이 저체중을 앞지르는 대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가 190개국의 자료를 종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19세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9.4%로, 2000년(3%)의 세 배를 넘어서며 그동안 주요 경제개발지표였던 저체중율(9.2%)을 처음 추월했다. 패스트푸드와 설탕·정제 전분·첨가물 등 초가공식품의 전방위 확산이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번 변화가 향후 식품 정책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주목한다.
유니세프 보고서 '탐욕의 식탁'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비만율이 저체중율을 앞지른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태평양 섬나라들이 가장 심각해, 니우 아동 비만율은 38%, 쿡 제도 37%, 나우루 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진국인 미국과 아랍에미리트에서도 비만율이 각각 21%로 높았다. 한국 역시 2000년 과체중 비율이 19.7%에서 2022년 34%로, 비만율은 5.8%에서 1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적으로 비만은 체내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건강 위험을 초래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아동·청소년이 나이와 키, 성별 대비 체중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과체중, 그보다 심할 때 비만으로 분류된다. 단순 체질 변화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제2형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 위험이 크게 치솟는다.
특히 유니세프는 초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아동 식탁을 빠르게 점령했다고 지적한다. 설탕, 소금, 정제 전분, 불건강한 지방이 다량 들어간 제품이 마케팅·유통·가격 요인과 맞물려 전 연령대에 빠르게 확산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성장기 인지 발달·정신 건강에 대한 장기적 위협도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국가별·계층별로 양상이 다르다. 고소득국에서는 저소득층 아동의 비만이 두드러졌지만, 저소득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집단이 에너지원 밀도 높은 비가공식품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선택권·생활환경·정보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도 가공식품을 겨냥한 광고, 유통 및 정책 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현재의 추세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식품 성분 정보 투명화, 마케팅 제한, AI 기반 건강관리 앱 등 다각도의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영양관리, 건강증진 플랫폼 개발 움직임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IT·바이오 업계는 영양 실태 분석과 개별 맞춤형 식습관 개선 솔루션 개발 분야에 주목하는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산업의 결합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의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이 정책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미래 세대 건강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실제 현장에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