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XR, 갤럭시 XR에 탑재”…네이버, 국내 XR 콘텐츠 표준 도전
확장현실(XR) 기술이 차세대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XR 헤드셋 ‘갤럭시 XR’을 공식 출시한 가운데, 네이버가 XR 실시간 방송 플랫폼 ‘치지직 XR’ 앱을 구글 플레이에 공개했다. 두 기업의 협업으로 하드웨어와 콘텐츠, 플랫폼을 아우르는 국내 XR 생태계 연합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는 이 조합을 ‘한국형 XR 플랫폼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선보인 ‘치지직 XR’은 기존 인기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을 XR 환경에 맞춰 고도화한 버전이다. 실시간 방송, 케이팝 공연, 버추얼 스트리머(Virtual Streamer) 기반의 몰입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XR 헤드셋을 통해 가상현실 인터페이스에서의 참여와 감상 경험을 강화했다. 네이버는 제2사옥에 구축한 XR 콘텐츠 제작 인프라 ‘1784’에서 비전스테이지와 모션스테이지를 활용해 3D 아바타 방송, 가상 배경 합성, AI(인공지능) 생성 영상을 개발 중이며, ‘치지직 XR’과 연동 적용을 순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모바일·PC 기반 스트리밍과 달리, 이번 XR 플랫폼은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가상 공간 내에서 방송을 시청하고 아바타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메타버스형 구조를 구현했다. 버추얼 스트리머의 행위 책임 및 제작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XR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지난 15일 도입해, 콘텐츠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의 권리와 책임을 제도화했다. 실제 스트리머 중심 방송에서 AI 기반 아바타 방송까지 플랫폼 개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XR 시장은 앞서 애플이 ‘비전 프로’, 메타(Meta)가 ‘퀘스트’ 시리즈를 출시하며 선점 중이나, 네이버는 국내 최대 실시간 방송 인프라와 AI 콘텐츠 생산 역량을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하드웨어-플랫폼-콘텐츠를 연동해 XR 영역의 ‘유튜브’와 같은 지위 확보가 목표다.
다만 현재 XR 시장 수익 구조는 명확하지 않다. 갤럭시 XR 등 고가 기기 진입장벽과 XR 이용자 기반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버는 당장 수익보다는 XR 제작 환경 조기 구축과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스트리머 및 창작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팬덤·이용자 결속을 통한 플랫폼 가치 증대를 도모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의 협업 역시 콘텐츠 중심 XR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하는 포석이다.
XR 플랫폼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네이버는 실시간 방송을 넘어 쇼핑, 지도,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서비스로 XR 경험을 확장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가상 공간에서 제품 비교·구매, 3차원 실내외 내비게이션 등 신개념 서비스가 실현될 가능성이 논의된다.
현재 국내 XR 산업 환경은 아직 초기이나, 하드웨어-콘텐츠-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삼성-네이버 연합이 표준 생태계로 등극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XR 시장은 수익성보다 플랫폼 주도권이 결정적이다. 이번 협업이 국내 XR 생태계 성장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XR 기술과 플랫폼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