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법원장 불출석 놓고 재격돌”…국회 법사위, 현장국감서 여야 대립 격화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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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격돌이 예고된 가운데 15일 서울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장 국정감사가 열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출석 여부와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관련 현장검증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야 양측은 이번 사법부 국감에서 재차 정면 충돌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날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의 독립과 헌법적 가치 수호를 이유로 국정감사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지난 13일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이석하려다 추가 질의 요구로 90분간 자리를 지킨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의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이례적인 직접질의를 이어갔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재판 사안에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상의 양심 판단과 독립 재판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이날 현장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 사건과 관련된 재판부의 로그기록 등 디지털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 현장검증을 오전에 진행하고, 오후에는 대법관 증원과 사법부 예산 문제 등 심도 깊은 질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은 또한 대법관 집무실, 서버실 등도 검증 대상에 포함시켜 조 대법원장과 전원합의체의 기록검토 과정 전반을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면담 요구도 배제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국감 시작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말이 현장검증이지 본질은 심리적 압박과 물리적 수단으로 대법원을 사실상 압수수색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에 대한 조리돌림, 조작녹취, 저질합성사진 등으로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법부 독립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법치주의 질서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민주당의 사법파동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법부 내부에서는 재판 사안에 대한 야권의 현장검증 요구가 전례 없는 시도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민주당의 요청을 우선 들어본 뒤 협의한다는 방침이나 실제 현장검증이 이뤄질 경우 재판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국회는 대법원장 출석 거부와 야당의 기록검증 요구를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국은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책임론, 그리고 고위 법관 조사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사법부의 기록관리·감찰 문제를 이번 현장감사를 통해 보다 본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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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사위#조희대대법원장#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