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 7관왕 품고 무대 삼켰다”…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눈물→팽팽한 전율
칠흑 같은 조명이 내려앉은 무대, 빌리 아일리시는 트로피를 손에 쥔 채 조용히 한걸음씩 나아갔다. 숨죽인 관객들 사이로 전달된 그 미소는 오랜 기다림 끝에 터져 나온 감동과 무게를 함께 안고 있었고, 무대 위 빛나는 빌리 아일리시는 마치 스스로 감정을 삼키듯 천천히 인사를 전했다. 한밤의 정적을 뒤흔든 박수와 환호성이 천장을 가르는 사이, 빌리 아일리시는 미국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온전히 새겨 넣었다.
2025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의 아티스트’를 비롯한 총 7개 부문 트로피를 독점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중심에 섰던 밤이었다. 세 번째 정규 앨범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로 ‘올해의 앨범’을 품었고, ‘버즈 오브 어 피더’로 ‘올해의 노래’에도 올랐다. 빌리 아일리시는 수상 소감에서 “이번 앨범은 가장 순수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고, 모든 곡에 진심을 쏟았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프로듀서 피니어스와의 시너지는 팬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안겼다.

빌리 아일리시의 손끝에 쥐어진 트로피는 ‘페이보릿 투어링 아티스트’, ‘페이보릿 피메일 팝 아티스트’, ‘페이보릿 팝 앨범’, ‘페이보릿 팝 송’ 등 음악계 주요 부문을 아우르며 그를 한층 더 깊은 감동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데뷔 이래 각종 메인 차트 정상, ‘배드 가이’로 이룬 빌보드 석권, 빌리 아일리시라는 이름 앞에 쌓여가는 기록의 숲은 시간마다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2019년에도 빌리 아일리시는 빌보드 ‘올해의 여성’ 선정, 역대 최연소 그래미 4대 본상 동시 석권을 이루어냈다.
첫 앨범 ‘웬 위 올 폴 어 슬립, 웨어 두 위 고?’로 불러온 파장을 시작으로, 그래미 어워즈 5관왕,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두 차례 품으며, 빌리 아일리시는 음악계의 지형을 바꿔온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와 ‘노 타임 투 다이’ 모두 주제가상 영예를 안겼고, 작년 그래미에서도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비주얼 미디어 작곡상,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연이은 수상 행렬이 이어졌다.
빌리 아일리시는 한국 팬들에게도 각별한 인연을 남겼다. 2018년 내한공연의 섬세한 감성, 고척스카이돔에서 2만5000명 팬들과 마주한 2022년의 환희, 스포티파이 청음회에서 블랙핑크 제니와 직접 진행한 인터뷰까지,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의 길은 더 넓고 깊어진다.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세대의 공감대를 건드린다.
올해 시상식은 비욘세의 ‘카우보이 카터’ 컨트리 2관왕, 포스트 말론의 ‘페이보릿 컨트리 메일 아티스트’ 수상, 에미넴의 15년 만의 힙합 부문 2관왕,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올해의 신인’ 등 다채로운 화제 속에 펼쳐졌다.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는 ‘다이 위드 어 스마일’로 각기 올해의 뮤직비디오와 컬래버레이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팝 아티스트의 약진도 이목을 끌었다. 방탄소년단 RM은 올해 처음 신설된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 부문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솔로 2집 ‘라이트 피플, 롱 퍼슨’으로 해외의 찬사를 받으며, K팝 내 새로운 장르의 바람을 주도했다. 같은 부문 후보였던 지민, 블랙핑크 로제,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지만, RM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컬래버레이션한 ‘아파트’로 뮤직비디오 부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의 기쁨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음원 스트리밍, 앨범·싱글 판매량, 라디오, 투어 수익 등 팬덤의 뜨거움을 수치로 집계해 후보를 선정한다. 올해는 제니퍼 로페즈의 오랜만의 사회, 재닛 잭슨의 아이콘상, 로드 스튜어트의 평생 공로상 무대가 무게를 더했다.
마지막 무대의 조명이 꺼진 뒤에도 빌리 아일리시의 7관왕 트로피는 음악계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상징이 됐다. 빌리 아일리시의 용기와 순수, 도전이 남긴 파동은 전 세계 음악팬들과 세상 모두에 오래도록 묵직한 감동을 남겼다. 2025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장면들은 그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 오롯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