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강제동원 추적”…구시켄 다카마쓰, 침묵의 일본 사회→잃어버린 이름의 진실
고요히 흐르는 시간 속, ‘PD수첩’은 강제동원의 어둠을 걷고자 이름을 잃은 이들의 자취를 좇았다. 구시켄 다카마쓰의 기록 노력이 일본 사회의 침묵을 깨우며, 누구의 부모와 형제가 낯선 땅에 잠든 아픔을 조명했다. 방송은 잊혀진 희생자를 기억하려는 일본과 한국 시민, 그리고 가족들의 애절한 손길 위에서, 아직 마침표 없는 역사의 숙제를 묻는다.
일본 정부와 사회의 강제동원 인식은 여전히 벽처럼 첨예하다. 일부는 ‘강제’의 진실을 부정하며 ‘자발’ 혹은 ‘모집’이란 언어로 바꾸려 애쓰고, 유골 수습과 진상 규명에서조차 무거운 침묵과 책임 회피가 이어진다. 반면, 유족과 시민단체는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 각지에서 희생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구시켄 다카마쓰는 기록조차 남지 않은 이름을 되살리고자 오랜 세월 발길을 재촉했다.

오키나와 전쟁은 다시 한 번 민간인과 조선인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전쟁 책임자 참배와 미군기지 건설에 유골이 섞인 토양을 사용하는 방침을 내세웠고, 시민단체와 공식 입장 사이의 간극은 사회를 갈라놓았다. PD수첩은 세 갈래로 갈라진 책임, 울림 없는 사죄, 그리고 실제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 유해의 발자국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일본 조세이 해저 탄광의 1942년 수몰 사고로 희생된 136명의 이름은 8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머문다. 갱도의 문을 연 것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유가족의 절실함, 그리고 시민단체의 헌신이었다. 한 줌의 유골이라도 가족 곁으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간절함, 한일 잠수사의 공조 속에서 이루어진 잠수 조사가 그 의미를 더한다. 이들은 사적 아픔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책임임을 누구보다도 깊이 체감한다.
이번 방송은 조세이 탄광 40미터 수심 아래를 직접 촬영하며, 유족과 시민의 연대가 만들어낸 유골 수습 현장을 세밀하게 따라갔다. 일본과 한국의 시민사회가 힘을 합쳤을 때, 무기력과 절망 한가운데서도 역사의 침묵을 꺾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길었던 침묵의 시간 끝에, 잃어버린 이름과 마주하는 용기. MBC ‘PD수첩’ 광복 80주년 특집 ‘지워진 역사, 그곳에 조선인이 있다’는 7월 29일 화요일 밤 10시 20분, 책임의 본질을 묻는 새로운 질문과 함께 시청자 곁을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