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부스, 태화강 낙화놀이”…산업도시 울산이 축제로 물드는 밤
요즘 울산 남구 신정동을 걸은 이들은 거리 곳곳에 흩뿌려진 빛과 소리, 사람들 틈에서 피어나는 환호를 기억한다. 예전엔 단순한 산업도시로만 여겨졌던 울산이지만, 이제는 일상과 꿈, 그리고 감각적인 축제의 순간들이 시민들의 일상이 됐다.
광역시 한복판에서 시작된 울산공업축제. 출정식과 퍼레이드가 지나갈 때면 근로자와 어린이, 노인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다. 근로복을 입고 행진에 참여한 한 중년의 시민은 “산업 현장의 거친 바람도, 축제만큼은 따뜻한 기운으로 바뀐다”고 표현했다. 축제장에선 먹거리 부스에 늘어선 줄과 태화강 밤하늘을 밝히는 낙화놀이의 아름다움을 인증샷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울산공업축제를 찾는 관람객 중 30대와 40대가 절반 가까이 늘었고, 해마다 행사 기간 중 울산을 찾는 타지역 방문객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도시, 생태환경도시, 문화관광도시라는 울산의 정체성은 워킹맘, 청년, 어르신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현실에 녹아든다. AI와 첨단 로봇을 체험하는 미래박람회, 지역 농수산물 홍보 부스, 그리고 노약자를 위한 이동 및 안내 센터까지, 도시의 역동과 배려가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 축제의 흐름을 ‘도시 자생력의 회복’이라 해석한다. 한 트렌드 분석가는 “축제의 본질은 결국 공동체의 감정을 공유하는 데 있다. 울산공업축제처럼 산업, 환경,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예는 도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된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런 축제라면 아이와 함께 매년 오고 싶다”, “낙화놀이 본 뒤로 울산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먹거리 부스에서 만난 20대는 “어릴 땐 이런 행사에 별 기대가 없었는데, 요즘은 친구들과 일부러 찾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함께 살아가는 감정, 나와 우리를 잇는 연결이 절실해진 시대가 축제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울산공업축제의 시간, 공간, 기억은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아우른다. 공유된 추억 위에 세워지는 새로운 꿈, 오감을 깨우는 체험 속 울산의 연대와 자부심은 세대와 남녀노소를 넘어 한 데 모인다. 작고 소소한 축제 경험이 삶의 균형과 온기를 바꾸는 또 하나의 신호탄이 되는 시대, 줄곧 같은 도시를 살아온 모두의 울림으로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