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슈가 50억 기부”…음악으로 건넨 손길→자폐아동 마음이 열렸다
조용히 기타를 집어든 방탄소년단 슈가의 눈빛에는 온기가 깃들었다. 낯설지만 따뜻한 선율이 흐르자,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청소년의 얼굴에 희미한 변화를 부드럽게 띄웠다. 진심 어린 음악의 힘이 닫힌 마음을 두드리는 순간, 차가운 병원 공간마저 작은 떨림으로 물들었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아들을 위해 자신만의 이름을 내건 ‘민윤기 치료센터’ 설립과 함께, 세브란스병원에 50억 원이라는 국내 아티스트 기부금 중 사상 유례없는 큰 손길을 내밀었다. 이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오랜 만남을 이어온 소아정신과 권위자 천근아 교수와 고민을 나누는 과정 끝에 움튼 깊은 결심이었다. 짧은 개입으로는 변화가 쉽지 않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 현실을 직접 체감하며, 슈가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의 즉각적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그렇게 7개월에 걸쳐 프로그램을 설계해, 자신의 이름으로 세워지는 치료센터이자 변화의 출발점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천근아 교수와 손을 맞잡고 아이들의 사회성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완성한 핵심은 ‘MIND’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악기 연주·노래·글짓기 등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3월부터 6월까지 주말마다 진행된 치료 현장에 슈가는 직접 기타를 들고 참여하며, 단 한 소절 악보 속에도 애정을 불어넣었다. 아이들은 슈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곡에 맞춰 서툰 박자를 익히고, 조심스럽게 그들만의 언어로 세상과 연결되는 동선을 새겼다. 무엇보다 이는 단순한 음악치료를 넘어, 세상과 마주하는 용기와 삶의 고리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이 장을 거듭할수록 아이들에게도 점진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언어치료에서 소극적이던 오군과 이군은 자신이 고른 악기 앞에서 당당하게 소리를 냈고, 색소폰을 연주하던 김군은 합주 시간마다 자신의 표정과 몸짓으로 깊은 소통을 시도했다. 직접적 대화가 아니더라도, 슈가가 손을 내밀고 함께 멜로디를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감정은, 음악만이 줄 수 있는 해방감을 아이들에게 안겼다.
곧 완공될 민윤기 치료센터는 ABA(응용행동분석), 언어치료 등 기존 치료뿐 아니라, 음악 사회성 훈련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하게 된다. 정규화된 ‘MIND’ 프로그램 역시 캠프와 세션으로 확대돼, 점차 더 많은 아이들이 정서적 독립성과 긍정적 자아상을 꽃피울 수 있을 전망이다.
천근아 교수는 슈가의 재정적 후원과 더불어, 오랜 시간 직접 재능기부와 봉사를 이어온 진심에 주목했다. 음악은 마음의 문을 여는 힘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아이들 모두가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게 됐다. 슈가 역시 “음악이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따뜻한 다리임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아이들의 작은 용기와 기다림, 그리고 빛나는 희망이 환한 색채로 번지는 곳, 방탄소년단 슈가와 세브란스가 함께하는 민윤기 치료센터의 여정이 이제 막 펼쳐지고 있다. 오는 9월 센터 완공과 함께 정규 음악 사회성 훈련이 본격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