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메르트의 경고, 가자 전쟁 통제권 상실”…이스라엘 내부 흔들림 확산→국제사회 고립 가속
짙은 불신의 기류가 성지를 감싼다. 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넘나드는 피로와 상실, 그리고 그 배후에 도사린 지도력의 균열 속에, 이스라엘은 지금 역사의 문턱에 선 듯하다. 2025년 6월, 전직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의 목소리는 안개 속을 헤집는 정서처럼, 전쟁의 방향성을 다시 묻고 있다. 뉴욕타임즈와 하아레츠를 통해 그는, 가자에서 벌어지는 이 전쟁이 합리성을 잃어버린 채 파괴로만 흐르는 ‘통제 불능의 늪’에 빠져 있음을 절절히 고발한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가 전쟁을 자신의 정치적 생존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생존 위협에 처해 있지 않다”는 그의 단호한 표현은, 무차별적 공습과 봉쇄의 실체를 향한 근원적 질문이기도 하다. 세월을 건너 반복돼 온 무력 행동이 그 본래의 목표조차 잊고, 2백만 가자 주민의 추방이라는 비극적 정치행위로 변질된 현실. 그는 “하마스가 제거되지 않은 채 파괴만 진전된다면 더 이상의 잔혹함은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이 파괴의 그림자는 가자지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안지구에서의 유대인 극우 정착민 ‘힐탑 유스’에 의한 폭력 역시, 인구 축출이라는 장기 구상의 일부임을 그는 지적했다. 실제 이스라엘 정부가 오슬로 협정 이래 최대 규모인 22개의 정착촌 신규 건설을 발표한 맥락에는, 안보 논리보다는 이른바 ‘그레이터 이스라엘’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 숨어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스라엘산 상품에 대한 무역 제재가 가시화되며, 그 이유를 단순한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인권 무시 국가’라는 신념에 두기 시작했다. 올메르트는 “인도주의적 기준을 저버린 대가는 외교와 경제의 고립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의 현재 노선이 장기적으로 되돌리기 힘든 대가를 치를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이 멈추지 못하는 배경으로 ‘미래 비전의 실종’을 꼽는다. 극한의 공포와 단기적 이익에 기대어, 정치지도자 누구도 평화적 대안에 나서지 않는 이 침묵의 연속이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 연장만을 허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자신이 제시했던 동예루살렘 공동관리 등 2국가 해법만이 유일한 미래임을 꺼내들며, 점령과 불신의 사슬을 끊지 않으면 이스라엘 스스로의 경제·도덕적 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다고 예견한다.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는 전쟁 피로와 정치 불신이 빠르게 확산된다. 국가 인구의 3분의 2가 정부에 신뢰를 잃고, 전쟁이 단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야당조차 대안을 내놓는 데 두려움에 떨며 침묵만 더할 뿐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드러난 균형 상실은 이스라엘 외교의 또 다른 취약점이다. 민주당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공화당 일변도의 협조 외교만 고집한 결과, 미국 내 지지도 균열을 보이고 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지도력의 부재가 모든 위기의 뿌리”라며, “새 세대를 위한 평화의 정치가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립과 증오, 불신이 고인 채 흘러가는 이스라엘 가자 전쟁의 강물을, 이제는 새로운 비전과 공존의 흐름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이 땅에 남을 미래는 과거의 피해의식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임을 묵직하게 울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