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외교전 초읽기”…김정은·시진핑·트럼프, 10월 ‘북미중 정상외교’ 변곡점 온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격물살로 치닫고 있다. 10월 초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과 말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대형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북미중 각국 정상이 다음 달 주목받는 한반도 행보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 조건을 언급한 상황에서, 대화와 대립이라는 외교의 기로에 국제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목할 첫 외교 무대는 10월 10일 평양에서 개최될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방북 의사를 확인한 가운데, 중국 측의 고위 인사 파견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누구를, 어떤 수준에서 대표단을 보내는지 자체가 북중간 전략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중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도 관측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북중 정상회담이 한 달 전에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고위직 2~5위급 참석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측은 이번 북중러 3각 정상급 외교를 통해 ‘핵보유 국론’ 고착화 의지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연대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 실제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굳혔다.
이후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또 다른 외교 분수령이다. 한국, 미국, 중국 정상이 집결할 예정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후 첫 방한과 시진핑 주석의 11년 만 방한도 가시화됐다. 이를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까지 논의되고 있어, 세 정상의 연쇄 회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상회담 의제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내세우는 한편, 북한과 중국·러시아는 현상 유지를 통한 ‘힘의 균형’ 구도를 지키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한국 정부 또한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관계 정상화와 인센티브 제공 등 탄력적인 접근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 행보를 고려하더라도, 구체적 조짐이 명확히 감지되진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한중, 미중 각각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대화 재개과 관련된 메시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 문제를 매개 삼아 미국, 한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전략 변화를 보일지도 주요 관심사로 꼽았다.
이 같은 복수의 외교 일정에 한반도 외교 시계가 앞당겨진 모양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우선순위로 부상하지는 못한 상황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는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지만, 실질적인 북미 대화 재개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미중 무역 관세 문제 등이 정리되지 않아 미국의 관심이 온전히 집중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은 10월의 연쇄 정상외교를 두고 대화 재개 여부, 북중러 연대와 북미 대립 구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예고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각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논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