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계획 인지하고도 국회 보고 안 해”…조태용 전 국정원장, 내란특검 피의자 출석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직무유기와 정치중립 위반 의혹이 다시 정치권 격랑으로 떠올랐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내란 및 외환 혐의 수사를 진행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15일 출석했다. 국정원장으로서 비상계엄 계획을 인지한 후 국회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조 전 원장의 행적을 두고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서울 소재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조 전 원장을 상대로 계엄 전후 행적과 지시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가 기밀을 다뤄온 만큼, 비상계엄 준비 및 선포 관련 움직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 12월 3일 계엄 당시 조 전 원장은 오후 9시경 대통령실로 호출돼 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전달받았으며, 대통령 집무실을 빠져나오며 관련 문건을 소지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는 것이 특검팀의 설명이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국회 정보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법 15조를 위반했다고 본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 발생 시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에도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조 전 원장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 체포조 지원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과 함께, 계엄 관련 문서 작성 및 내부 보고 체계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이 작년 12월 3일 오후 11시경 ‘비상계엄 선포 시 ○○국 조치사항’ 문건을 만들어, 80여 명의 국정원 직원을 계엄사와 합수부 등에 배치하고 주요 임무를 하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의 작성 시점은 조 전 원장 등 고위 인사가 계엄 선포 국무회의 및 집무실 지시를 받은 직후로, 명확한 위계적 지시 흐름에 대한 진상 규명이 쟁점이다.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움직인 경로가 담긴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전달, 정치적으로 균형을 잃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와 국회 증인 출석 자리에서 "비상대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진술해 위증 시비에까지 휘말렸다.
정치권은 이번 특검 소환을 두고 치열한 책임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정치적 목적의 표적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반면, 야당은 "국정원장이 직무와 정치중립, 진실 모두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조 전 원장이 실질적으로 계엄 준비 및 실행을 뒷받침할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7일 조 전 원장을 재차 소환해 2차 조사를 진행하고, 신병 확보 필요성에 대한 법리검토를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정원·대통령실·국회 정보위 등 주요 기관의 책임론과 후속 파장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