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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 전립선암, 남성 2대 암…정기검진이 관건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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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을 보고도 시원하지 않거나 자주 마려운 배뇨 증상이 이어지면 전립선암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2위에 해당한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늦어지기 쉬운데, 3기 이전에 발견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접근하면 완치율과 삶의 질을 모두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 의료계는 50세 전후를 기점으로 전립선특이항원 PSA 혈액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남성 건강 관리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립선암은 비교적 진행이 느리고 치료 옵션이 다양해 ‘순한 암’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거나 완치 목적의 수술이 어려운 단계에서 진단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신으로 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뼈·폐 등으로 원격 전이가 나타나 예후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반면 전립선 내부에만 국한된 국소암 단계에서는 수술, 방사선 치료뿐 아니라 국소초점치료 등 옵션을 놓고 환자의 나이, 동반질환, 삶의 계획에 맞춰 전략을 세울 수 있어 치료 선택 폭이 넓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50세 이상의 고령, 직계 가족의 전립선암 병력,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과 당뇨병, 흡연, 만성 전립선염과 같은 요로 감염 병력이 꼽힌다. 특히 전립선암은 다른 고형암에 비해 유전적 요인의 비중이 큰 편이다. 대표적으로 BRCA 유전자 변이가 알려져 있는데, 이 변이가 있을 경우 남성은 전립선암, 여성은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에 따라 가족 중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환자가 많은 경우, 개인의 발병 리스크를 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송상헌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의 정기검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족력이나 BRCA 변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발병률이 뚜렷이 올라가는 50세를 기다리지 말고 40대부터 PSA 검사 중심의 검진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전립선암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가족력이 뚜렷하거나 유전적 위험이 큰 집단에는 조기 스크리닝을 권고하는 추세다.

 

임상 현장에서 전립선암의 까다로운 점은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전립선 비대증과 비슷한 배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이 시원하게 배출되지 않는 느낌, 소변을 너무 자주 보게 되는 빈뇨, 배뇨 시작이 어렵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배뇨불편감, 소변을 다 봐도 남아 있는 듯한 잔뇨감 등이다. 종양이 커져 주변 조직을 압박하면 허리나 골반 쪽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질병을 방치해 암이 전립선 밖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증상 양상도 달라진다. 국소 진행 단계에서는 배뇨 시 출혈이 가장 두드러진 경고 신호로 꼽힌다. 전이가 더 진행돼 4기에 접어들면 체중 감소와 전신 쇠약이 나타나고, 비뇨기 계통이 아닌 다른 부위 증상도 동반된다. 전립선암은 특히 뼈와 폐로 전이되는 비율이 높은데, 척추나 골반 등 뼈에 전이되면 쉽게 골절이 발생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폐로 번진 경우에는 기침과 함께 피가 섞인 객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립선암 조기 진단의 핵심 도구로 꼽히는 것이 PSA 혈액검사다. PSA는 전립선특이항원으로, 혈중 농도를 측정해 전립선암 발병 여부를 추정하는 데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가족력이 없는 남성이라면 50세 이상부터 2년에 한 번씩, 전립선암이나 유방암, 난소암 등 관련 암의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40세부터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의료기관별로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PSA 수치 추이와 다른 검사 결과를 함께 종합해 위험도를 평가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PSA 수치가 기준보다 높게 나오면 전립선암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추가 조직검사나 자기공명영상 MRI 등 영상검사가 이어진다. PSA 값이 4점 이상이면 추가 검사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점 미만에서 전립선암으로 진단되는 사례는 10퍼센트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4점에서 10점 사이 구간에서는 전립선암일 확률이 약 25퍼센트까지 상승한다. 수치가 10점을 넘어가면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50퍼센트에서 최대 80퍼센트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PSA 수치 상승이 곧바로 전립선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립선염, 전립선 비대증 같은 양성 질환도 PSA를 높일 수 있고, 직장수지검사나 경직장 초음파 검사, 자전거 장시간 탑승과 같은 일시적 물리 자극이 수치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수치의 절대값뿐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지, 다른 영상검사에서 결절이나 비정상 부위가 관찰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해석과 상담이 핵심 역할을 한다.

 

전립선암이 3기 이하, 즉 전립선 주변에 국한된 단계에서 발견됐다면 완치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근치적 전립선절제술로, 전립선 전체를 제거한 뒤 방광과 요도를 다시 이어주는 수술이다. 한 번의 수술로 암 조직을 물리적으로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수술 후 요실금, 발기부전 같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부작용이 남을 수 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을 포함한 최소침습 기법을 활용해 이러한 기능적 부작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또 다른 축은 방사선 치료다. 방사선 치료는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어려운 환자도 적용할 수 있고, 요실금과 발기부전의 발생률이 대체로 수술보다 낮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방사선이 통과하는 경로의 조직 손상으로 인해 요도 협착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 이후 1년에서 2년 사이 혈뇨가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된다. 외부에서 조사하는 외부방사선치료와, 방사선원을 전립선 근처에 삽입하는 근접 방사선 요법 중 환자 상태에 맞는 방식이 선택된다.

 

최근에는 병변이 전립선 내부 특정 부위에만 뚜렷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국소 초점치료를 고려하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과 표적 조직검사를 통해 암이 한 구역에만 국한됐고 다른 부위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 레이저, 고강도초음파, 냉동소작 등의 국소 에너지를 해당 부위에만 집중해 전립선 전체를 제거하지 않고 병소만 치료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요실금, 발기부전, 출혈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국소치료는 영상검사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 병변이 다른 부위에 남아 있을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장기 추적 관찰 과정에서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기대 수명, 동반 질환, 직업적 특성, 치료 이후 삶의 우선순위 등을 종합해, 근치적 수술과 방사선, 국소치료 중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인지 설명하고 환자와 공동 의사결정을 하는 방향으로 진료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전립선암 관련 기술 발전은 영상진단, 분자병리, 정밀유전체분석 등 바이오 IT 분야 전반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고해상도 MRI와 초음파 융합기술 덕분에 표적 조직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PSA 외에도 여러 바이오마커 패널과 유전자 서열 분석을 통해 고위험군을 세분화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PSA 수치 추이와 영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개별 환자의 진행 위험을 예측하는 시도도 이어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PSA 단일 지표에만 의존하는 스크리닝 전략에서 벗어나, 유전자 정보와 생활습관, 대사질환 여부를 포함한 다중 데이터 기반 위험도 계층화가 전립선암 관리의 표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기검진이 과잉진단과 불필요한 치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연령별·위험군별 맞춤형 가이드라인 정립이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PSA를 중심으로 한 기존 검사 인프라에 디지털 진단 기술과 정밀의료 도구를 더해, 전립선암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 건강검진과 진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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