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주부터 CRO까지”…삼성바이오로직스, 신약개발 8개월로 단축
신약개발 위탁개발(CDO)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업계 표준 대비 20%가량 개발기간을 단축하며 CDO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9개 플랫폼과 더불어 초기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수탁까지 포괄하는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바이오 산업의 밸류체인 혁신을 선도한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발표를 미래 신약개발 ‘속도 경쟁’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6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BIX 2025) 콘퍼런스에서 “초기 개발 가능성 평가 및 리스크 기반 CMC(화학·제조·품질관리) 계획, 병렬 워크플로우 적용을 통해 품질 저하 없이 개발의 복잡성을 낮추고 시간은 앞당겼다”고 밝혔다. 발표를 맡은 이태희 항체배양PD팀장은 “항체의약품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까지 개발기간이 업계 표준 10개월에서 8개월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의 핵심에는 ‘에스-초이스(S-CHOice)’ 세포주 플랫폼을 비롯해, 고농도 바이오의약품 개발 플랫폼 ‘에스-텐시파이(S-Tensify)’, 고농도 제형 ‘에스-하이콘(S-HiCon)’ 등 2020년 이후 연이어 출시한 9개 자체 플랫폼이 있다. 각 플랫폼은 후보물질 발굴, 배양·정제 생산, 고농도 제형 개발 등 신약개발의 주요 단계를 표준화하고 자동화해 다양한 고객사의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자체 ‘마스터 세포은행(MCB)’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개발 타임라인을 추가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희 팀장은 “맞춤형 전략과 트랙 레코드로 신약 개발의 난제 극복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빠른 타임라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글로벌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시장 내 입지 강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상반기까지 146건의 위탁개발 계약을 누적, 최근에는 ‘삼성 오가노이드’와 CRO(임상시험수탁) 사업까지 확대하며 실질적인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 경쟁 구조에 들어섰다. 미국과 유럽 역시 위탁개발-생산 통합 모델이 신약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 상황이다.
한편, CDO·CMO에 그치지 않고 CRO로의 진출을 선언함으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기 락인(lock-in) 효과와 시장 내 집적도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로 범위를 넓힌 CRDMO 모델은, 미국 리더 기업들과의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K-바이오 역량 강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 주기가 1~2년 단축될 경우 산업 내 새로운 패권이 형성될 수 있다. 국내외 엔드-투-엔드 서비스 전환이 가파르게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산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운 CDO 혁신 전략이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