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유전질환 신속 진단”…쓰리빌리언, 모로코 의료시장 진출 신호탄
AI 기반 유전체 진단 기술이 신흥국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바이오테크 업체 쓰리빌리언이 개발한 AI 유전변이 해석 소프트웨어 ‘제브라’는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과학·건강재단(FM6SS 재단)과 체결된 공급 및 진단 시스템 고도화 계약을 통해 현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도입된다. 업계는 이번 프로젝트를 아프리카 첫 Rapid Whole Genome Sequencing(신속 전장유전체 분석) 임상 진단 체계 구축의 신호탄이자, 글로벌 공공의료 혁신 경쟁의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FM6SS 재단과 협력해, 자사의 AI 소프트웨어 제브라를 모로코 의료 현장에 공급하고 기술 자립형 진단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 제브라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장유전체 데이터에서 병원성 유전변이를 자동 분석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상위 5개 변이를 5분 이내에 99% 이상 정확도로 선별한다. 새롭게 구축되는 진단 체계는 기존 수개월을 소요하던 유전질환 분석을 열흘 이내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어, 신생아 중증 질환 및 급성 증상 환아의 생존율 향상과 치료 결정 효율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FM6SS 재단 산하 의료진은 제브라를 활용, 데이터 분석에서 진단 리포트 생성까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 과정 교육과 기술 검증을 마쳤다.

Rapid Whole Genome Sequencing(Rapid WGS)은 개별 유전자의 제한적 검사와 달리, 전체 유전체를 빠르고 저비용으로 분석하는 최신 기술이다. 제브라는 AI가 대용량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분석·의미 부여함으로써, 유전질환의 진단 정밀도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기존 수작업 기반 해석 대비 분석 기간과 오류율 모두가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FM6SS 재단은 3개월 이상의 자체 검증과 시범 운영을 거쳐 제브라의 실효성과 현지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계약을 확정했다.
시장성과 측면에서 모로코에서는 매해 6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출생하는데, 최대 10%가량이 신속 전장유전체 진단의 직접 대상군이 될 수 있다. FM6SS 재단은 제브라 도입을 기점으로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넘어 소아과·신경과·심장내과 등 다양한 임상 영역으로 유전체 분석 기반의 정밀진단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AI 기반 유전체 해석 솔루션은 이미 미국·유럽 선진시장에서는 실전 진입이 한창 진행되는 분야다. 미국 NIH와 영국 NHS 등은 대규모 정밀의료 시범사업을 통한 임상정보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AI 적용 임상 지침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과도 정부 지원 사업 일환으로 신생아 Rapid WGS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국내외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성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기업이 독자 개발한 AI 정밀의료 소프트웨어가 아프리카 공공병원에 체계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다.
관련 규제·윤리 측면에서 FM6SS 재단은 의료진 교육과 데이터 보안 점검 등 글로벌 수준의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했다. Rapid WGS 도입에 따른 환자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역량 격차 해소 등이 지속적 과제로 남아 있지만, 수요 확대와 함께 정책·제도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아프리카 진출을 기점으로 AI 유전체 분석의 신흥시장 확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상진 쓰리빌리언 사업총괄이사는 “기술 수출을 넘어 현지 의료진의 독립적 진단 역량 강화라는 모델을 구축했다”며 “제브라가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글로벌 공공의료 혁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AI·정밀의료 기술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