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 총력전”…여한구, 대미 투자 이행 방안 놓고 진전 시사
한미 무역협상을 둘러싼 막바지 줄다리기 속에 정부가 총력 태세에 나섰다. 투자 이행 방안과 외환 부담 등 핵심 쟁점을 두고 한국과 미국 양측이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면서, 상반된 입장 조율이 막판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한편 미국 실무진이 10일 내 이견 해소를 자신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직접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협상에 진전이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이번 주 동시 방미해 “총출동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접점 찾기 역시 막바지 국면에 다다랐다. 여 본부장은 “국익에 가장 부합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위적인 협상 시한보다는 내용과 실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APEC이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은 역시 한국의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이행 방안이다. 여 본부장은 “한국이 일본과 다르고 외환 부분 부담 등을 계속 설득해왔으며, 미국도 이제 이해를 하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거액의 투자금이 실제로 한국 외환 보유고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 방식·비중·보증 범위 등을 두고 양국이 주고받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실제로 한미는 지난해 7월 30일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총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 이행 방식 측면에서 한국은 현금 투자 비중을 5% 수준으로 제한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구성할 방침을 밝혔다. 반면 미국은 앞서 일본 사례에 준하는 ‘투자 백지수표’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율, 투자처 선정 관여권 등을 요구하며 넘어설 수 없는 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측은 협상의 결렬을 피하면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측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그는 추가로 “우리는 한국과 협상을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역시 “양측이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국은 한미 정상회담 등 APEC 정상회의 일정을 계기로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방미 협의 결과를 토대로 투자 방식 등 실질적 이행 방안 마련에 나설 방침이며, 투자 협상 결과 및 외환 의제 등에 따라 향후 경제·외교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