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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포 충돌 부상”…다린 러프, 신시내티 상대로 소송→MLB 커리어에 쓴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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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포 충돌 부상”…다린 러프, 신시내티 상대로 소송→MLB 커리어에 쓴 종지부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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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무더위가 깔린 미국 야구장에서 한순간 들려온 거친 숨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바꾸었다. 다린 러프는 무릎을 감싸쥔 채 땅에 주저앉았고, 관중들의 웅성임 속에서 선수의 표정에는 예정되지 않은 이별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이 장면은 한 시대를 풍미한 타자의 굳건했던 커리어 마저도 단숨에 뒤흔드는 비극으로 남았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3시즌을 누볐던 다린 러프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한 소식이 전해졌다. 러프는 지난해 6월,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신시내티 원정경기 출전 도중, 1루 파울라인 옆 방수포 롤러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인해 오른쪽 무릎에 큰 부상을 입고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으며,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에 다시 서지 못했다.

“방수포 충돌 부상”…러프, 신시내티 상대 소송→MLB 커리어 종료 주장 / 연합뉴스
“방수포 충돌 부상”…러프, 신시내티 상대 소송→MLB 커리어 종료 주장 / 연합뉴스

법원에 접수된 소장에서는 구단이 경기장 내 안전 조치를 등한시했고, 방수포 롤러 끝에 위험 요소를 방치했다는 주장이 명확히 담겼다. 실제로 러프는 “모든 선수들이 경기 밖 위험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해, 선수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선수의 명예로운 은퇴조차 빼앗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프는 201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후 삼성 라이온즈에서 404경기, 타율 0.313, 86홈런, 350타점을 기록하며 KBO를 대표하는 외국인 타자 반열에 올랐다. 그 후 샌프란시스코, 뉴욕 메츠,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치며 전문 백업으로 활약했다. 마지막 MLB 시즌에서 20경기 타율 0.224와 3타점을 남긴 채 마운드를 떠나야 했다.

 

신시내티 구단은 이번 소송에 대해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현지 팬과 언론에서는 선수 보호 조치 미흡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SNS에는 “선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송의 결과에 따라 경기장 내 안전 규정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한때 수많은 역전과 홈런으로 기쁨을 선사했던 타자가, 이제 방수포의 그림자를 딛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야구장 어느 구석이라도 다시는 눈물의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모든 스포츠인의 내일이 조금 더 온전하기를 팬들은 조용히 염원한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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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린러프#신시내티#삼성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