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병역 명문가의 헌신, 고척돔에 울려퍼지다” …육해공 장교들, 현충일 특별 시구→국민적 감동
고요한 현충일 저녁,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푸른 그라운드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 군인 가족들의 의지로 가득 찼다. 공군 김기현 중위, 육군 백승 소위, 해군 주민서 소위가 각기 시구와 시타, 시포에 나서며, 병역 명문가의 무거운 역사와 가족의 자부심을 고스란히 그라운드 위에 펼쳤다. 이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었다. 이들의 뿌리에는 국가에 대한 헌신, 전쟁의 기억, 그리고 가족을 넘어 세대를 잇는 사명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기현 중위의 가족사는 6·25 전쟁을 넘어선다. 참전 영웅이었던 할아버지 고(故) 김우경 예비역 육군 대령, 그리고 공군생활에서 헌신한 아버지 김지식 예비역 공군 준장까지, 그의 어깨에는 군인의 명예와 책임이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이날 김 중위는 할아버지의 기일을 의미하는 417번을 등번호로 새기고 마운드에 올라, 가족이 지나온 시간과 헌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백승 소위가 손에 쥔 배트에는 또 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육군 3사관학교 1기였던 외할아버지가 월남전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했고, 가족 모두 군인의 길을 걸었다. 백 소위는 자신이 60기로 졸업한 그 학교의 번호인 34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가족의 역사와 함께 현재를 응시했다.
주민서 소위 역시 가족의 군복무 역사가 굵게 새겨진 인물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와 해병 대령으로 전역한 아버지를 이어, 지난 3월 해군사관학교 79기로 임관한 주 소위는 등번호 3을 달고 시포에 임했다. 멈추지 않는 세월 속에서도, 그는 가족의 신념을 한 몸에 품었다.
이날 행사는 단지 상징적 의식에 머물지 않았다. 육군 52사단 군악대가 국민의례를 연주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엄숙하게 이끌었고,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군악대를 지원한 장병들에게 관람 좌석을 선물하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현충일 하루, 야구장에는 평화와 희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헌신이 흘렀다.
정부는 앞으로도 병역 명문가에 대한 사회적 예우와 국가 기념행사의 의미 확산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