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부터 자율주행 장비까지”…보조공학기기 박람회, 청각장애인 기술 접근성 확장→포용사회 논의로
보조공학기기를 매개로 한 더 포용적인 일터의 문이 열린다. 청각장애인을 포함해 다양한 장애인의 직업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장이 서울 aT센터에서 펼쳐진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오는 6월 10일부터 11일까지 ‘2025년 제20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20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국내 최대 규모 보조공학기기 전문 박람회로서, 올해 역시 첨단 기술의 새로운 흐름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예년보다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사의 시작점은 기술의 진화였다. 챗GPT와 연동돼 실시간 정보 제공이 가능한 스마트 안경 ‘인비전 글라스’와 같이, 직접 청각장애인의 소통 능력 확장을 돕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사람을 스스로 인식해 물건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장비 ‘돈키봇’, 전동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개조 차량 ‘스타리아 운전차’ 등 40개 업체에서 200여 개의 신제품과 혁신 기술이 공개될 예정이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직접적으로 장애인의 일상과 직업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미술 감상과 교구 체험부터, 보조기기를 활용한 e-스포츠, 장애인 운전면허 맞춤 컨설팅, 현장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1:1 보조공학기기 상담 등 예비 수요자의 직접 참여와 경험이 강화되는 구성이 눈에 띈다. 특히 박람회장 내 휴게 공간에서는 청각장애인 네일 아티스트,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각각 전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장애와 비장애 간 장벽을 낮추는 실천적 시도가 이어진다.
둘째 날에는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과 게임 산업 진출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릴 계획이다. 포용적 디지털 산업 환경을 논의하는 자리로, 사회 전반의 제도와 인식 변화도 함께 촉진할지 관심이 모인다.
기술 진보가 삶의 가능성을 확장할 때, 그것이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은 최신 보조공학기기 활용에 물리적·경제적 한계, 주변의 시선과 제약 등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 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병행돼야만, 기술의 이로움이 모두의 몫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보조공학기기는 포용사회를 위한 마중물”이라며,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술 발전의 잠재력을 경험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람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존엄한 노동과 생활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사회적 과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