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몰아치기 쇼”…옥태훈, KPGA 선수권 대역전→데뷔 첫 우승
그린 위에서 집중의 몰입이 극에 달하던 순간, 옥태훈의 스윙은 조용하지만 뜨거웠다. 선두를 쫓으며 웅크렸던 에너지는 4라운드 전반에서 터졌고,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장기전 끝에 찾아온 값진 데뷔 첫 우승, 옥태훈의 골프 인생에도 새로운 장이 열렸다.
제68회 한국프로골프 선수권대회가 22일 경남 양산 에이원CC에서 개최됐다. KPGA 투어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무대에서는 시즌 내내 상승세를 보이던 옥태훈과 신용구가 챔피언 그룹을 형성했다. 앞서 여러 차례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겪었던 두 선수의 대결에 팬들은 일찌감치 이목을 집중했다.

옥태훈은 3라운드까지 2타 차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초반부터 침착하게 흐름을 읽은 그는 4라운드 전반 9홀에서 이글, 칩인 버디 등 인상적인 샷 퍼레이드를 펼치며 무려 7타를 줄였다. 3번 홀 파5에서의 샷 이글, 6번 홀 파3에서의 칩인 버디 등 위기의 순간마다 정교함이 돋보였다. 전반을 29타로 마친 경기 운영은 이번 대회 최다 언더파 페이스에 손색이 없었다.
후반 들어 경쟁자 신용구의 거센 추격에도 옥태훈은 흔들림 없이 압도적 집중력을 이어갔다. 결국 옥태훈은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기록, 2위와 2타 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PGA 투어 데뷔 125경기 만에 거둔 첫 정상, 그리고 이글 3개와 홀인원 등 독보적 기록을 동시에 완성했다.
경기 후 옥태훈은 “저는 천재형이 아닌 노력파 선수”라며 “순간 집중력이 좋아 기회를 잡을 줄 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전 전날 거울 앞에서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했던 사연을 전하며, 마지막 날 자신의 플레이에 자부심을 표했다. 무엇보다 그는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 골프를 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옥태훈은 시즌 상금과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 올랐다. 올해만 6번째 톱10 진입에 성공하며, 남은 대회에서도 무난한 예선 통과는 물론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팬과 동료, 미디어의 박수 역시 쏟아졌다. SNS와 현장에서는 “탄탄한 기본기가 만든 우승”이라는 평이 이어지며, 옥태훈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옥태훈은 시즌 하반기 KPGA투어 대회에서도 연승 행진에 도전할 예정이다. 거센 바람과 긴장 속에서 자기만의 리듬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오늘의 기록은 한국 남자골프의 새 지평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