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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신임 아래 軍 출신 자카 관세 수장 등극”…인도네시아 경제 규제 불안감 심화→투자자 신뢰 흔들리나
국제

“프라보워 신임 아래 軍 출신 자카 관세 수장 등극”…인도네시아 경제 규제 불안감 심화→투자자 신뢰 흔들리나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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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초여름의 공기는 회색빛 안개와 같이 미묘한 긴장감을 내뿜고 있다. 찬연했던 옛 독립광장의 위풍당당함 사이로, 자카 부디 우타마 전 중장의 단정한 제복 자락이 시대의 방향키를 쥔 채 조심스레 내려앉는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 두 상반된 감정이 인도네시아 경제의 대기 사이에서 서서히 교차한다.

 

23일,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군 장성 출신 자카 부디 우타마 전 중장을 세관·관세국 국장으로 공식 임명했다. 스리 물랴니 재무부 장관이 밝힌 이 소식은 인도네시아 사회에 깊은 파문을 던졌다. 자카 전 중장은 임명 직전, 현역 군인 신분을 내려놓고 문민 관료의 외피를 입었지만, 그의 지난 이력과 새로운 역할의 간극에서 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인도네시아 관세청장에 軍 출신 임명…투자자 불안·규제 리스크 부각
인도네시아 관세청장에 軍 출신 임명…투자자 불안·규제 리스크 부각

자카 전 중장은 수하르토 독재정권 시절 민주 세력 탄압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9년에는 군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성기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육군사관학교 동문이라는 사실은 권력의 파동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시사하는 듯했다. 인도네시아 경제법연구소 비마 유디스티라 소장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인사가 통제 경제로의 후퇴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관 정책’ 경험이 없는 군인이 주요 관세 행정을 이끈다는 점에 깊은 회의를 품고 있다.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교 자헬 제즈키 교수는 세관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이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요세 리잘 다무리 연구원은 “이미 높았던 규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은 규제 리스크 심화와 군의 권력 확장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배경에서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이후, 군부 출신 인사들의 경제·행정영역 진출이 확대돼 왔다. 올해 들어 군인 신분으로 근무할 수 있는 국가 기관도 14개로 크게 늘었다. 재무부는 법적으로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음에도, 퇴직 직후 임명을 통해 사실상 군 출신의 입성을 가능케 했다.

 

인권단체 임파르시알의 아르디 만토 아디푸트라가 “피해자 권리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한 목소리는 국제사회 인권 감수성의 높아진 물결과 맞닿아 있다. 자카 전 중장은 유죄 판결 이후에도 군 내에서 중장까지 승진했던 전력이 있지만, 현지 언론조차 그의 실제 복역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경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 행정 투명성, 그리고 신뢰성 저하를 바라보며 새로운 불안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군부의 권력 확대와 행정 진입이 지속된다면, 아세안 경제구도의 균형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의 ‘경제 권력 변화’와 ‘법치의 불투명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대를 관통하는 관습과 권위, 그리고 새로이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이 그 나라의 신뢰 위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운명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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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부디우타마#프라보워#인도네시아관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