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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년물 국채금리, 재정 경고음 커진다”…트럼프 감세 이슈에 장기물 혼돈→세계 금융시장 동요
국제

“美 30년물 국채금리, 재정 경고음 커진다”…트럼프 감세 이슈에 장기물 혼돈→세계 금융시장 동요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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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1년 6개월 만에 다시 5%의 분수령을 넘어섰다. 미국 동부 해안의 눈부신 햇살 아래 화려한 월스트리트 거리에도, 이제는 먹구름이 드리운 듯 긴장감이 맴돈다. 하나의 숫자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잔잔하고 서늘한 파문을 던질지, 시장은 재정의 무게를 체험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5.09%까지 치솟았고,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물도 4.60%에 달했다. 이 급등의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 구도가 짙게 깔려 있다.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트럼프 감세안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미국 연방 재정적자가 앞으로 10년간 2조5천억 달러 이상 불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월가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에게 무겁고 차가운 경고음이나 다름없다.

美 30년물 국채금리 5% 돌파…트럼프 감세 우려에 장기물 투매
美 30년물 국채금리 5% 돌파…트럼프 감세 우려에 장기물 투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내린 여운도 남아 있다.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펀드는 미국 채권의 안전판 이미지를 되짚어 보고 있다. 그 여파는 시장 곳곳에 감도는 활력 저하로, 20년물 미 국채 입찰 응찰률이 2.46배로 하락한 데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간접 낙찰률마저 전월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의 조용한 발걸음이 미국 국채시장 밖으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불안정이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토머스 사이먼스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입찰 결과가 ‘최고’는 아니라 해도 당분간 매도세 반전은 어렵다 했고, 미슐러 파이낸셜그룹의 톰 디갈로마 매니징디렉터는 “누적된 정부 부채와 사라지지 않는 재정적자 문제가 채권시장을 조용히 옥죄고 있다”며 정부와 시장의 담대한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이러한 미국의 긴장된 재정 환경은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잔잔치 않은 파문을 던진다. 최근 일본과 유로존 등 장기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등 주요 경제권이 일제히 금리 리스크를 맞닥뜨리고 있다.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위상이 빛을 잃어갈 때, 국제금융시장은 균형을 잃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메가 법안’ 통과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더해지는 재정건전성 우려, 글로벌 자금의 이동이 미국 경제를 촘촘히 시험에 들게 할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한국 역시, 견고하게 이어진 금융의 물결 속에서 미국 금리 결정이 작은 진동이 아니라, 광활한 대양의 거센 조류로 다가올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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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트럼프#국채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