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군의 날 행사 5분의 1로 축소”…이재명 정부, 시가행진 폐지·긴장완화 기조 반영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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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국군의 날 행사가 축소 운영되며 보수·진보 정권 간 안보관 차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마련한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던 윤석열 정부 당시와 단순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간소화됐다. 병력과 장비, 예산이 모두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2년 연속 도심에서 진행된 시가행진은 올해 아예 사라졌다.

 

1일 계룡대 연병장에서 국군의 날 행사는 제병지휘부, 의장대, 군악대, 각 군 부대 등 총 998명의 병력이 참여하는 형태로 개최됐다. 이는 지난해 5천여 명 동원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국방부는 올해 투입된 예산이 27억원으로 72억원이었던 작년의 3분의 1 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병력과 장비, 예산 분야 모두 예년에 비해 대폭 줄이고 콤팩트하게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여 장비 역시 40종 100여 대에 그쳐, 전년의 83종 340여 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 때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시가행진을 서울광화문 일대에서 성대히 펼치며, 안보 역량 과시와 민군 일체감을 부각한 바 있다. 게다가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시민 참여를 독려했고, 2년 연속 도심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시가행진을 행사 기획단계부터 제외했다. 행사기획단 관계자는 “시가행진은 통상 5년 주기이며, 작년이 오히려 이례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올해 기념식은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국’ 슬로건 아래 민군 통합 태권도 시범, 합동 전통악 공연 등 참여형 행사가 중심이 됐다. 열병, 편대비행, 블랙이글스의 고난도 기동 등이 이어졌으며, 지상에선 K2 전차 및 K9 자주포 등 핵심 무기체계 전시로 국방 역량을 선보였다.

 

현직·예비역 군인 가운데서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로 헌법 가치 수호 유공자로 선정돼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강병국 육군 상사는 보국포장을, 김경철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은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훈했다. 공군사관학교 첫 여생도 출신인 박지원 공군본부 정책실 정책관리과장(대령)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육군 제6보병사단, 해군 잠수함사령부, 공군 방공관제사령부, 해병대사령부 등 4개 부대가 대통령 부대표창을 수상했다. 올해 제병지휘관은 비육사 출신인 최장식 육군 소장이 맡아, 2018년 이후 7년 만에 학군 출신이 총지휘를 담당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행사 규모 축소와 시가행진 배제 배경과 의미를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 행보를 대외적으로 강조했던 역대 보수 정부와 다르게, 이재명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 군사적 신뢰 구축에 방점을 둔 행보라는 분석이 따랐다. 반면 일각에선 '군의 사기 저하', '대비태세 약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국방부는 “행사의 실질이나 안보 태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산 및 인력 효율화가 올해 행사의 주요 지표가 된 만큼, 향후 국방 정책 전반에도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될지 주목받고 있다. 내년 국군의 날 행사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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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국군의날#박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