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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집중력 흔들지 않았다”…이서영, 하림배 결승판 승부수→아마여자바둑 왕좌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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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집중력 흔들지 않았다”…이서영, 하림배 결승판 승부수→아마여자바둑 왕좌 등극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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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초여름 햇살 아래, 바둑판 위에 앉은 이서영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결정이 스며 있었다. 하얀 돌과 검은 돌이 엮어내는 긴장 어린 행마, 단 한 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듯 결승판에 앉은 16세 소녀의 집중력이 장내를 압도했다. 마침내 차분한 손끝에서 나온 마지막 수, 그 순간 관중석의 숨이 멎었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치러진 제50기 하림배 전국 아마여자국수전 결승전은 연령, 실력, 꿈이 한데 뒤섞인 현장이었다. 이서영은 예선을 시작해 4강에서 정지율을 물리치고, 결승에서 만난 김현아마저 자신감 넘치는 수읽기와 공격적인 전략으로 제압했다. 두 선수의 대국은 초반부터 치열한 형세 변화로 긴장감이 맴돌았고, 중반 이후 과감한 공격이 줄을 이었다.

“16세 결승판 집중력”…이서영, 하림배 아마여자국수전 우승→여자바둑 정상 등극 / 연합뉴스
“16세 결승판 집중력”…이서영, 하림배 아마여자국수전 우승→여자바둑 정상 등극 / 연합뉴스

39명의 한국기원 연구생과 아마 강자들이 겨룬 이번 하림배 국수부는, 8명만이 본선에 입성하는 좁은 문이었다. 특히 4강 진출자에게 주어지는 프로여자국수전 통합예선 출전권을 두고, 각자의 전략과 집중력이 빛을 발한 대회였다. 결승전 현장에는 참가자 가족들과 바둑을 사랑하는 팬들이 응원의 눈길을 보냈고, 결정적인 한 수마다 탄성 섞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서영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정상 무대에서 우승하게 돼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며, 바둑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예고했다. 경기 직후 바둑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결승 승부처와 이서영의 침착함을 두고 찬사가 이어졌다.

 

1974년 출범한 아마여자국수전의 오랜 역사는 이번에도 새 얼굴의 등장을 환영했다. 이서영의 정상 등극은 곧바로 프로 무대 진출 기대감을 자아냈고, 바둑계는 차세대 여자바둑 스타의 탄생을 기쁨과 호기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회 현장에는 일반부, 학생부 부문에서도 각기 다른 승자가 배출됐으며, 모든 수상자 명단은 한국기원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이서영은 다음 달 예정된 프로여자국수전 통합예선에 도전하면서, 여자 아마바둑의 정상을 밟은 오늘의 기억을 품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좁고 고요한 바둑판 위에서,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될 미래가 조용히 예감됐다. 이서영의 바둑은 오늘도 성장의 의미를 새긴다. 프로여자국수전 통합예선은 다음 달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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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하림배아마여자국수전#김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