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국내 투자 첫 역전”…중국 전기차 업계 글로벌 공장 확장 본격화
현지시각 19일, 중국 전기차 업계의 2023년 해외 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 투자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 포화와 공급 과잉, 수익성 하락 압력 속에서 중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이번 변화는 중국 내 전기차 산업 구조조정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나타났다.
로듐그룹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해외 투자 규모는 160억 달러(약 22조2천억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액(150억 달러)보다 높아진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 전체 전기차 투자액의 약 80%가 중국 본토에 집중됐던 구조에 대전환이 일어난 셈이다.

배터리 생산시설 등 핵심 투자 비중이 해외(74%)와 국내(69%)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최근 성장 둔화와 치열해진 내수 가격 경쟁에 따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해외 현지 생산 확대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잇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현지 공장 건설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해외 확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로듐그룹은 “해외 투자 비중이 국내를 처음 상회했다”며 “이는 내수시장 한계와 수익성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적 결단이 반영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 자본 유출과 고급 기술 이전,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경고한다. 현지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를 앞세워 대외 경제 기반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야오양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또 다른 중국’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전략 산업의 해외 투자 확대가 산업 공동화와 국가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가 향후 첨단 제조업과 전략 산업 부문에서 해외 투자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해외 진출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 업계에서는 이번 전기차업계 투자구조 변화가 미중 기술 패권전,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 등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의 전기차 해외 확장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